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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오지산행
산줄기산행 [ⅲ]/백두대간의 지맥

[두위지맥 4]박심고개-만항재

by 높은산 2005. 11. 1.
[함백서부능 4구간]
강원랜드-박심고개-1453.4-1387-1387.7-만항재(도상거리 약 9 km)


[지 도] 1/50,000 태백

[산행일자] 2002년 12월 22일 일요일

[날 씨] 아침 눈 약간, 잔뜩 흐림, 오후 늦게 약간 갬.

[산행코스]
강원랜드(09:35)-박심고개(10:00~05)-봉우리넘어 시설물(10:25)-안부(10:30)-안부임도(10:43)
-KTF사무소(10:46)-휴식(11:10~15)-봉(11:30)-말뚝있는 봉(11:58~12:07)-1453.4봉/공터(12:19~13:05)
-안부(14:25~30)-1387고지(14:45)-(우측능선)-HEL봉(15:16)-1387.7봉(15:46~51)-안부시설물(16:07)
-안부 넓은 헬기장(16:15~25)-만항재(16:45)

[산행시간] 7시간 10분(휴식 및 식사: 1시간 25분, 실 산행시간: 5시간 45분 )

[참여인원] 5인(계양산, 금수강산, 백호, kkk, 높은산)

[교 통] 승용차

<갈 때>
일신동(03:27)-(영동고속도로)-여주휴게소(04:25~35)-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신림IC(05:10)
-(주천)-(영월)-(석항)-남면3거리(06:25~07:10)-(사북)-(고한)-싸리재터널입구(07:45~08:05)
-만항/싸리재3거리(08:10~09:15)-강원랜드(09:25)

<올 때>
만항재(16:55)-(도보)-만항 미니슈퍼(17:20~18:43)-(차량회수)-만항/싸리재3거리(18:55~19:40)
-영월/장릉(20:45~20:55)-(제천)-(신림)-신림IC-중앙고속도로-치악재휴게소(22:45~55)
-영동고속도로-여주휴게소(23:30~35)-일신동(24:35)


[산 행 기]
백두대간상의 함백산 만항재에서 서쪽으로 가지를 틀어 영월앞 남한강까지 길게 이어지는 능선길,
가칭 "함백산 서부능선"의 마지막 구간을 하는 날이다.
즉 정암리- 계족산(890)-응봉산(1013)-망경대산(1088)-예미산(989)-질운산(1172)-두위봉(1466)
-백운산(1426)-만항재까지의 장쾌한 능선길을 "함백산 서부능선"이라 칭하고 그동안 3차례에 걸쳐
진행한 결과 백운산을 넘고, 박심고개에 이르게 되었다.

이제 박심고개에서 만항재까지는 도상거리가 약 8km쯤 된다.(들머리인 강원랜드부터는 약 9km)
따라서 완주의 기쁨과 함께 이왕이면 함백산 찍고 싸리재까지 주파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그러면 도상거리 약 16km쯤 된다.) 출발 전 예기치 못한 사태로 약 1시간 30분을 허비하고,
또한 KTF사무소가 있는 안부부터 1453.4봉-1387고지-1387.7봉을 넘어서 임도를 만나기까지는
발목까지 빠지는 적설상태에서 산길이 전혀 없이 빽빽한 산죽과 잡목속에 시종 씨름을 해야 했고,
더구나 독도가 매우 까다로운 지형으로 되어 있어 예상외로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렇게 해서 만항재에 이르니 벌써 일몰시간이 가까운 시간, 결국은 만항재까지의 완주로만
만족을 하고는 그곳에서 산행을 접고 만다.

03시 27분, 일신동 출발.
오늘은 백호님의 승용차로 출발을 한다. 약속장소로 나가니 백호님, 계양산님 외 kkk님도 나와 있다.
그동안 두 구간 동행을 했던 먼산님이 사정으로 참여를 못 하신다고 했는데 대신 kkk님이 참여를
하니 오늘산행 인원도 제천의 금수강산님을 포함하여 5명이다.
영동고속도로-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신림IC-영월-석항 순으로 운행을 한다. 그동안 경험으로
가장 빨리 접근할 수 있는 길이다.
영동지방에만 눈이라는 일기예보가 마음에 걸렸으나 영월-석항-예미를 지날 때까지도 달빛이
선명하다. 조금은 안도감이 돈다.
그러나 마차재를 넘자마자 눈발이 흩날리니 단지 대단한 눈이 아니기만을 고대할 뿐이다.

06시 25분, 남면3거리 아침식사.
정선/태백/영월 방면이 갈라지는 남면삼거리이다. 또한 자미원 들어서는 길까지 합하면 4거리라
할 수도 곳, "함백산 서부능선"을 하다보니 이제는 매우 낯익은 곳이 되어 있다.
금수강산님의 차도 잠시후 도착하고, 한 기사식당이 문을 열어 아침식사를 하고 가기로 한다.
구수한 된장찌게, 아무래도 휴게소에서 먹는 것 보다는 훨씬 나은 것 같다.
약 35분간의 식사시간을 마치고 07시 10분 다시 시동을 건다.

09시 35분, 강원랜드 산행시작.
눈발은 멈추었으나 간밤에 내린 눈 때문에 주위의 산들이 모두 백색의 향연을 벌이고 있다.
만약 이 상태에서 날씨가 갠다면 그야말로 환상의 설경을 만끽하리라.
하산지점인 싸리재에다 차 한 대를 세워 놓으려 하였으나 싸리재터널이 생긴 이래 그쪽으로는
차량한 대 지나간 흔적이 없어 그 초입에 세워 두기로 한다.
그러나 눈이 쌀짝 쌓여잇는 상태, 차량하나 세워놓기도 만만치 않아 약 20분 남짓 실랑이 속에
겨우 금수강산님의 차를 안전한 장소에 세워 놓는다.
문제는 그 이후, 백호님의 차를 되돌려 만항재/싸리재 삼거리쯤 이르렀을 때 예기치 못한
사태가 기다리고 있었다.
여차저차한 사고(살짝 얼은 눈 때문에 일어난 사고인데 다행히 큰 사고는 아님)로 결국
1시간여의 시간을 허비한 뒤 강원랜드에 도착한 시간은 09시 25분이다.
애초 생각한 것 보다는 약 1시간 30분여 늦은 시간, 따라서 부지런히 운행을 해야 할 것이다.
지난 구간 하산시와 마찬가지로 승용차들이 넓은 주차장에 배꼼이 들어차 있다.
그런데 대개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으니 카지노에 한판 붙었다가 차량까지 날려 버린 주인잃은
차량들은 아닌지? 최소한 밤을 지샌 증거이다.
10여분 후 비로서 마지막 구간에 대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강원랜드)

10시 00분, 박심고개.
주차장 우측 모퉁이, 즉 화장실 건물 뒤쪽으로 해서 강원랜드를 빠져 나가면 지난번 하산했던
임도길이 박심고개로 이어진다.
딴은 지난번 강원도 지방에 내린 폭설로 여기부터 러셀을 해야 한다고 내심 각오를 했으나
생각보다 눈이 많이 쌓여 있지 않다.
기껏해야 발목 잠기는 정도, 본격적으로 능선에 붙는다 해도 이정도면 충분히 눈을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는 안도감이 돈다.
누군가 한사람이 방금 지나간 듯 발자국이 있었으나 잠시후 그 주인공을 마주치기도 한다.
백운산쪽으로 오르다가 포기를 하고 다시 내려오는 모양이다.
15분 쯤의 임도 갈림길, 좌측으로 지난번 하산하면서 매달아 놓은 표지기가 반긴다.
다시 10분쯤 임도길을 오르면 비로서 주능선인 박심고개이다.
임도는 백운산 남쪽 사면쪽으로 이어지고, 가야할 만항재 방향, 즉 동쪽의 주능선 쪽으로는
산길은 전혀 없지만 자연스럽게 우리를 맞이해 줄 준비를 하고 있다.
5분간 휴식을 취하는 동안 한편으로는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두려운 생각
도 든다.

(박심고개/우측이 만항재로 이어진 능선)

10시 25분, 첫 봉우리 넘어 시설물.
그저 날등을 지형물로 삼아 비로서 능선으로 붙어 눈위에 발자국을 찍어 본다.
여전히 발목정도 찍히는 눈, 생각보다 눈이 많이 쌍여있지 않다는 것이 천만다행이다.
얼마쯤 진행하자 날등을 따라 그런데로 길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만항재까지 이정도로만 진행된다면 의외로 수월한 진행이 될 수 있으리라.
그런류의 길흐름은 15분 남짓 지난 후 한 봉우리를 넘고, 내리막길로 이어지는데 좀 기분이
이상하여 지도를 꺼내고 나침반을 맞추어 본다.
잔뜩 시야를 감추었던 가스가 약간 걷히고, 우측편 저건너로도 뚜렷한 능선하나가 가로지르고
있는 것이 희미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침반을 맞추어 보니 제대로 가고 있음을 확인한다.
아마도 우측 저 건너 능선은 백운산 정상에서 매봉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인 모양이다.
잠시 후 좌측 아래로 한 시설물이 있는 건물이 나타나기에 그곳으로 내려서서 좌측 일대를
내려다 보니 강원랜드 일대에 진행하고 있는 각종 공사현장들이 내려다 보이고 있다.
주능길은 이 시설물 직전에서 우측 내리막길을 따르면 된다.

(능선상에서 내려다보이는 강원랜드)

10시 46분, KTF 사무소.
우측 내리막길은 5분여 후 한 안부에 이른 후 다시 약간 좌측으로 방향으로 바꾸고 야트막한
능선으로 이어진다.
모처럼 북쪽의 시야가 확 트이는 지점이다.
강원랜드와 그 일대, 이곳에서 강원랜드 건물을 내려다보면 무슨 궁전처럼 너무 화려하게
보인다.
저것 때문에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페가망신을 하였고, 앞으로도 그들을 뒤따르는 무리들이
또 얼마나 많을지?
그런 분위기속에 능선을 10여분 이으면 또다시 안부, 임도가 가로지르고 있고, 강원랜드로
들어서는 차도가 좌측 바로 아래까지 이어져 있다.
강원랜드까지도 15분 남짓 거리밖에 안 되는 기분, 딴은 지난구간을 이곳까지 진행했다면
오늘 좀 더 편하게 시작했으리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임도 안부에서 약 3분 정도 능선방향의 수레길을 따라 오르면 KTF기지국이 있는 사무소에
이르게 된다.

11시 10분, 바위너덜 오름지대에서 잠시 휴식.
KTF 사무소를 뒤로하고부터 이제까지 이어지던 길흐름이 전혀 없다.
그저 무성한 산죽지대로서 능선형태마저 불투명하여 그저 나침반에 의존하며 적당히 산죽과
눈속을 헤치며 오른다.
그런식으로 얼마쯤 진행하자 설상가상으로 너덜형태의 바위들이 도사리고 있으니 자연히 진행
상태도 한결 더디기만 하다.
주로 우측 방향으로 길을 만들어 오르는데 바위는 미끄럽고, 빽�한 잡목을 뚫을 냥이면 잡목에
쌓여있던 눈이 우수수수... 영 말이 아니다.
KTF 사무소를 출발한지 약 25분 남짓 지났는데도 겨우 한 굽이밖에 못 오른 것 같으니 언제나
만항재에 이를 것인가?
아니 1453.4봉도 아직 한참을 더 가야 할 듯 하다.
잠시 간식을 먹고 출발하기로 한다. 금수강산님이 준비한 무슨 쌤플술, 하나씩 돌려 마시니
그런데로 살맛이다.(5분간 휴식)

12시 19분, 1453.4봉.
다시 바위너덜지대를 헤친다. 무슨놈의 능선이 여전히 계곡도 아니고 능선도 아닌 그런 잡석
오름으로만 시종 이어지고 있다.
그래도 오름길이라 방향을 찾아 오를 수 있겠지만 만약 내리막이면 방향감각도 잊어 버리기
딱 알맞는 지형, 지난 여름 만항재에서 역으로 출발한 광인님 일행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렇게 15분 오르니 한 봉우리, 비로서 바위너덜지대 오름길은 끝이 났지만 이제부터는 빽빽한
산죽지대가 또한 장난이 아니다.
그렇기에 곧 도달할 것이라 생각한 1453.4봉은 여전히 나타날 기미가 없다.
30분 남짓 지난 후 다시 한 봉우리에 오르게 된다. 말뚝 하나가 박혀 잇는 봉, 잠시 가스가 걷혀
남쪽일대가 조망되니 비로서 방향감각을 잡는다.
바로 앞에 버티고 있는 높은 봉우리가 바로 1453.4봉이리라.
그곳에서 12분 더 잡목을 헤치니 넓은 공터속에 잡목이 빽빽한 1453.4봉이다.

(1453.4봉의 상고대)

13시 05분, 1453.4봉 출발.
일단 식사를 하고 가기로 한다.
날씨가 걷힐 기미가 보이기에 어느정도 시간을 보내고 나면 확 걷힐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계양산님 라면도 끓여 챙여온 소주 한잔으로 건배를 하니 기분도 이제 완전 풀리는 듯 하다.
이런 것도 오지산행이 멋이 아닐까?
이럴 때 기대한 대로 날씨가 확 걷힌다면 더 이상의 바램은 없으리라.
그러나 식사를 끝냈을 때는 다시 가스에 가려버려...
그저 하얗게 수놓고 있는 산정을 배경삼아 기념사진 한 카트 하고는 다시 출발을 서두른다.

13시 20분, 삼보탄좌 지능선분기.
1453.4봉에서의 진행할 때 기분은 우측같으나 나침반을 맞추니 그대로 직선 방향이다.
또 한번의 잡목을 헤치니 뚜렷한 능선흐름이 이어진다. 물론 산길은 여전히 없고, 이제는 이미
산길자체를 포기했다 할 수 있다.
그저 능선을 놓치지 않고 진행하기 편한 곳을 골라 잡목을 헤칠 뿐이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이름모를 산짐승들의 발자국들이 이따금씩 나타나니 정겨움을 느낀다.
그렇게 약 15분쯤 진행했을까? 능선이 바위지대로 이어지기에 좌측사면을 따라 진행하는데
생각보다 너무 급경사로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 나침반을 맞추어 보니 진행방향보다 약간
좌측을 가르킨다.
지도와 대조를 해 보니 북쪽의 삼보탄좌가 있는계곡 방향의 지능선으로 접어든 것 같다.
다행히 잠시 BACK을 하여 바위지대에 올라 찾아보니 그곳에서 능선같지도 않은 능선형태가
진행방향에서 볼 때 우측으로 분기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주능선이다.
신경을 쓰지 않으면 놓치기 쉽상인 그야말로 교묘하게 이어지는 주능선, 첫 번째 독도 요주의
지점이라 하겠다.

14시 25분, 1387고지 전안부.
다시 주능선으로 접어드니 바위지대는 끝이 났지만 산죽이 무수히 뒤덮고 있는 그런 능선이다.
아니 능선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사면형태, 가급적 우측 방향으로 길을 내어본다.
딴은 아직도 주능선을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가 하고 확신이 서지 않는 길이라고는 전혀 없는
그러한 능선이기에 불안한 마음으로 헤쳐 내려선다.
그래도 나침반이 제대로 방향을 가르키고 있으니 그저 나침반을 믿는 수 밖에...
수시로 나침반을 대어가면서 진행을 하는데 운이 따르려는지 잠깐 가스가 걷혀 가야할 1387고지
가 저 앞으로 펼쳐 보이니 비로서 제대로 능선을 따르고 있다고 확신을 하게 된다.
그러나 빽빽한 산죽과 잡목속에 눈길을 헤치려 하니 생각만큼 진행이 되 주질 못하고 있다.
그야말로 악전고투의 산행인 셈이다.
그렇게 1시간 가까이 산죽이 주류를 이룬 잡목을 헤치니 이제 오르막이 시작되는 안부이다.
5분간 휴식을 취한다.

14시 45분, 1387고지/삼보탄좌 방향 능선 합침.
안부를 지나면서 잠시 산죽지대를 벗어나니 그것만으로도 약간 진행을 할만하다.
여기서도 가급 능선 우측으로 길을 내면서 오른다.
그런 식으로 15분쯤 오르면 삼보탄좌 방향에서 올라온 능선과 만나는 1387고지,
특별한 지형지물은 없고, 단지 주변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곳일 분이다.
이곳에서 진행방향은 우측(동남쪽)으로 확 꺾이게 된다.

15시 16분, HEL봉.
1387고지를 접하고 이쯤이면 산길이 어느정도 형성되리라 기대 했는데 여전히 길이 없다.
이런 식이라면 만항재까지 두시간은 더 진행해야 할 듯 싶다.
빽빽한 산죽능선, 이제는 모두 지루하다 못해 지겹다는 말을 한다.
약 30분 진행하니 헬기장을 이룬 봉우리를 대하게 된다. 그러나 1387봉에서 겨우 0.5km밖에
진행하지 못한 것이다.

15시 46분, 1387.7봉.
HEL봉을 지나 1387.7봉까지도 도상거리 0.5km, 그러나 또 30분이 소요된다.
산죽이 주류를 이룬 잡목이 여전히 기세를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후미의 백호님이
넘어지면서 무릅을 돌에 부딪히는 바람에 더욱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1387.7봉 역시 눈속에 파묻혔는지 삼각점은 발견할 수 없었고, 그외 뚜렷한 이정표구실을 하는
특별한 지형지물도 없다.
어쨌든 1387.7봉에 이르면 어느정도 안도의 숨을 내쉴 수가 있다.
이제 만항재까지 큰 오르막이 없기 때문이다.
후미가 오기를 기다리며 5분여 휴식을 취한다.

16시 15분, 안부임도/넓은 헬기장.
1387.7봉에서 약간 진행한 바위지대에 오르니 모처럼 시야가 펼쳐진다. 날씨가 제법 걷힌 것이다.
1387.7봉에 이르렀을 때만 하더리도 진행방향이 직선방향으로 생각되었으나 바위지대에 올라서
보니 능선은 약간 좌측으로 꺾여 내려서게끔 되어 있다.
잠시 잡목을 헤치니 그 내리막 능선을 따라 제법 길 형태를 갖춘 산길도 형성되니 이제는 뛰어내려도
될 듯 싶다.
그만큼 희미한 길이나마 길이 있는 것과 없는 것 차이는 엄청나다.
금방 뛰어내려 안부에 이르니 시설물을 이룬 한 건물이 철조망에 둘러쌓여 있다.
1387.7봉을 지난지 약 15~6분 지난 시각이다.
여기서 철조망 좌측으로 진행한 뒤 야트막한 산자락을 하나 넘으면 임도삼거리를 이룬 안부이다.
또한 아주 넓다란 헬기장도 하나 있는데 남서방향으로는 날씨가 완전히 걷혀 모처럼의 조망도
만끽할 수가 있다.
장산뒤로 태백-구룡산 줄기도 선명하고, 이제까지 진행한 쪽, 즉 1387.7봉-1387고지-1453.4봉
을 뒤돌아보면 제법 험준한 산세를 갖춘 풍경이다.
10분 정도 휴식을 취하며 기념사진도 찍어보며 한껏 여유를 부려보기도 한다.

(헬기장에서 보는 태백 - 구룡산줄기)

(임도3거리의 헬기장)

(헬기장에서 뒤돌아본 능선)

16시 45분, 만항재.
이제부터 만항재까지는 임도길을 따르기로 한다.
물론 임도 우측으로 능선이 계속 이어지지만 임도와 그리 멀지 않게 이어지고 있어 굳이 능선을
고집할 이유도 없고고, 무엇보다도 이제는 길없는 능선에 질려 버린 탓이다.
길없는 능선길에 비해 너무 편하다. 모두들 여유를 되찾은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러다가 아직껏 한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동쪽 함백산이 잠깐이나마 가스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니 모두 환호성까지 지른다.
그러게 약 20분 임도를 진행하면 백두대간의 마루금을 이루는 만항재, 비로서 낯익은 분위기를
접하게 된다. 정양리를 출발한 긴 능선종주의 종착점에 이른 것이다.
해발 1330m의 만항재, 포장도로로는 우리나라 최고의 높이에 있는 고개로, 매점까지 하나 있는데
오늘은 굳게 문이 닫혀 있다.

(임도길에서 구름처럼 함백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17시 20분, 만항미니슈퍼.
만항재에서 싸리재까지 약 2시간 30분 거리, 기분같아서는 야간 산행으로 이으면서 처음의 계획대로
함백산 찍고 싸리재까지 가겠다는 생각도 해 보나 모두들 잡목에 지쳐 있었고, 특히 백호님의 부상으로
오늘은 만항재까지 완주한 것으로 만족하기로 하고 산행을 여기서 접기로 한다.
함백산 구간이야 대간길이나 아니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손쉬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무리를
해 가며 진행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히치를 하려고 몇몇 지나가는 차량을 잡아 보나 여의치 않다. 10분 후 정암사가 있는 곳까지 걸어
가기로 하고 발길을 재촉한다.
그렇게 25분쯤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만항마을, 고한에서 노선버스도 운행되고 있는 곳이다.

그 후.
"만항미니슈퍼"라는 상호의 가겟집에 문을 열고 택시를 부른다.
곧 택시 한 대가 들어오고, 백호님과 금수강산님이 차량을 회수하는 동안 게양산님과 kkk님 셋이서
오뎅국물을 안주삼아 소주잔을 돌린다.
그렇게 1시간 여후 차량도 회수하니 고한의 한 음식점 자리잡고 정식으로 뒤풀이 시간을 갖기로 한다.
"모든 님들 수고하셨습니다."
온종일 찌푸등했던 날씨도 그렇고, 산행시작전 예기치 못한 사태도 그렇고, 백호님의 무릎부상도
그렇고, 운이 따르지 않는 하루라고 생각했으나 귀경시 한점의 막힘도 없었다는 것은 나름대로의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딴은 그런 여건속에서 길을 놓치지 않고 만항재까지 진행했다는 자체가 더욱 행운이 아닐까?

[E N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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