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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오지산행
산줄기산행 [ⅲ]/백두대간의 지맥

[두위지맥 1]계족산-응봉산-망경대산

by 높은산 2005. 11. 1.
[함백산 서부능선 1구간]
정양리-계족산(889.6)-945.0-응봉산(1013)-903.7-자령치-998-망경대산(1088)
-수라리재/해발530m(도상거리 약17km)


[지 도] 1/50,000 예미.

[산행일자] 2002년 7월 7일 일요일

[날 씨] 흐림, 오후 한때 비 약간.

[산행코스]
정양리/정양마을(08:38)-계곡Y갈림(08:55)-새재샘터(09:02~13)-주능선(09:16)-산표지석봉(09:40)
-칼날릿지(09:45~55)-계족산(10:20~43)-동봉/왕검성 능선갈림봉(10:50)-동릉-능선분기(11:02~07)-남동능
-안월골상부(11:42~49)-주능(11:58)-945봉(12:36~13:04)-돌잎개 북서봉(13:40~45)-돌잎개안부(14:08)
-응봉산(14:25~38)-994고지/능선분기(15:07~16)-자령치(15:46~16:06)-963.7봉(16:39)-벌목지대봉(16:45~57)
-망경대산(17:10~40)-동쪽지계곡(18:33~43)-한일탄광 산림복구공사지(18:58)-화원2리농가(19:30)
-망전리삼거리(20:10)-31번도로(20:20)-수라리재(20:30)

[산행시간]
11시간 52분(휴식및 식사: 2시간 52분, 차도운행시간: 1시간. 실 산행시간: 8시간)

[참여인원] 3인(계양산, 금수강산, 높은산)

[교 통]승용차

<갈 때>
일신동(04:30)-외곽순환-신갈안산-영동고속도로-여주휴게소(05:24~45)-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
-신림IC-주천-영월/장릉(07:07~25)-수라리재(07:53~58)-정양리(08:22)

<올 때>
수라리재(20:35)-정양리(21:05~15)-영월/장릉(21:25~22:30)-주천-신림IC-중앙고속도로
-만종분기점-영1동고속도로-용인휴게소(24:05~20)-신갈안산-외곽순환고속도로-일신동(01:00)

[산 행 기]
1:50,000지형도 예미와 태백을 놓고 유심히 보면 함백산 만항재에서 서쪽으로 가지를 튼 능선이
영월앞 남한강까지 끊이지 않고 길게 이어지는 것을 발견할 수가 있다.
즉, 백운산(1426)-두위봉(1466)-질운산(1172)-예미산(989)-망경대산(1088)-응봉산(1013)
-계족산(890)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능선이다.
이 능선상에 있는 산들은 두위봉이나 계족산 정도만 일반 등산객에게 알려져 있고,
그 외의 산들은 대부분 전인미답지로 자연 그대로의 느낌을 얻을 수 있는 산들이다.
본인도 두위봉 2번, 백운산 1번, 계족산 1번 개별산행지로서 찾았을 뿐, 나머지는 모두 미답구간이다.
어쨌든 찾아가는 산행을 즐기는 산객에게는 이 능선종주가 아주 입맛에 당기는 코스라는 생각이다.

1.정암리-계족산-응봉산-자령치-망경대산-수라리재.
2.수라리재-예미산-뱃재-질운산-두위봉서봉-자미원
3.자미원-두위봉-꽃꺾기재
4.꽃꺾기재-백운산-박심고개-만항재

마땅한 이름이 없어 가칭 "함백산 서부능선"이라 칭하며 계족산에서 만항재까지 1개월에 한번 꼴,
4구간 정도로 끊어 종주한다는 기획을 해 본다.
교통편은 제천의 금수강산님과 합동으로 자동차 2대를 이용하여 들머리와 날머리에 각각 한 대씩
대고 운행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그 첫 구간을 시행하는 날, 태풍 라마순 때문에 걱정도 했으나 다행이 어제 그 태풍도 소멸하고,
오늘은 점차 갠다는 예보이다.

04시 30분, 집앞.
이번에는 계양산님의 차를 이용하기로 하고 집앞에서 기다리니 계양산님의 차가 달려온다.
원래 월악산 동부능선 산행시 합류했던 kkk님도 동행할 계획이었으나 갑자기 발목을 약간 다쳐
합류를 못한다고 어제 연락이 오는 바람에 이곳에서의 출발은 계양산님과 단둘이다.
그리고 제천의 금수강산님과는 07시 30분 영월의 장릉앞에서 만나기로 약속되어 있다.
새벽 고속도로는 한치의 막힘도 없이 시원하게 달린다.
잔뜩 찌프린 날씨, 그러나 일기예보상 점차 갠다고 하였으니 전혀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여주휴게소에서 약 20분간의 아침식사시간을 갖는다.
신림IC를 빠져나와 주천경유 영월가는 길은 최근 고갯길 두 곳에 터널이 개통되는 덕택에
시간이 그만큼 단축이 된 느낌이다.
그렇게 장릉앞 매표소에 도착하니 07시 07분, 약속시간보다 20여분 빨리 도착하게 된다.

07시 24분, 금수강산님의 차가 달려온다.
이번 산행까지 친다면 벌써 4번째 산행, 반가운 인사를 하고는 하산지점인 수라리재로 이동한다.
영월시내 통과 좌회전, 태백가는 길로 접어들어 석항3거리에 도착하면 우측 녹천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을 오르게 되는데 그 고갯마루가 수라리재이다.
장능에서 약 30분 남짓 소요된다.
고갯마루에는 "해발 530m 수라리재"라고, 새로 단장된 말끔한 표지석이 설치되어 있다.
고갯마루 조금 못 미처 공터에 금수강산님의 차를 주차시키고 다시 계양산님의 차로
산행 들머리인 정양리로 향한다.
정양리에 이르기 위해서는 일단 영월시내까지 BACK, 남한강을 낀 고씨동굴 가는길로 접어들면 된다.
영월에서 불과 5분여 거리,영월화력발전소 건물을 막 지나면 좌측으로 계족산 안내판과 함께
차량 10여대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이 조성되어 있다.
수라래재로부터 다시 약 30분이 소요되었다.
좌측 수레길로 약 100여 미터 거리에 있는 정양마을 마당에 차를 세우려 하지만
마땅한 주차공간이 없어 차를 되돌려 초입의 주차장에다 주차를 한다.

08시 38분, 산행 출발이다.
아직 하늘은 구름으로 잔뜩 가리고 있지만 일부나마 파란 하늘도 보이고 있어 곧 갤 것같은 기분이다.
마을에서 밭떼기를 가로지르면 계곡을 우측으로 두고 등산로가 이어진다.
등산로는 뚜렷한데 사람이 적게 찾았음을 의미하듯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있다.
따라서 젖은 풀섬을 헤치며 진행해야 하므로 산행 시작부터 바지가랑이가 촉촉히 젖어든다.
10분 후 계곡을 건너는 지점옆에 탐스럽게 익은 산딸기군락을 대하게 된다.
한웅큼씩 따서 입에 무니 너무나 달콤한 맛, 벌써 오지산행의 댓가를 얻는 셈이다.
계곡을 건너 5분쯤 더 진행하면 뚜렷한 산길은 좌측의 지계곡으로 갈라지고, 주계곡길은 희미한 길이다.
몇몇 리본들도 좌측 지계곡쪽으로만 매달려 있어 쉽게 주능선으로 오르는 길임을 알 수 있다.

09시 02분, 새재샘터.
주계곡도 수량이 그리 풍부하지 않지만 지계곡은 계곡의 형태만 갖추었을 뿐, 물이 전혀 없는 계곡이다.
그런 지계곡길을 약 7분 오르면 묵밭형태의 공터, 좌측에 새재샘터가 샘터가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고여있는 상태라 식수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새재샘터-정상 1.7km/정양리 1km"라는 이정표도 세워져 있다.
10분 남짓 휴식을 취하며 땀을 식히기도 한다.

09시 13분, 새재샘터 출발.
이곳을 지나면 풀섬지대가 끝이나고, 이제부터는 울창한 수림속으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약 3분 진행하면 주능선 3거리, 묘 1기가 있는 능선길 역시 매우 뚜렷하게 이어지고 있다.
주능선을 대하고부터는 급경사 오르막길이다.
그렇게 13분 진행하니 잠시 급경사가 가라앉는 지점, "계족산 정상 1.1km"의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그곳에서 3분 정도 진행, 묘 1기를 지나면 다시 급 오름길이 시작된다.
"끄르르릉~"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커다란 멧돼지 한마리가 저쪽으로 신음을 하며 스쳐 지나간다.
계족산 역시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긴 하지만 그만큼 사람이 안 찾는 산이라는 증거이다.
10분 오름길을 더 오르면 "山"이라고 새겨진 표지석이 있는 봉우리를 대하게 되고,
다시 5분만 더 오르면 계족산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칼날릿지구간이 시작된다.

09시 45분, 칼날릿지.
마치 칼날같이 뾰죽한 바위릿지가 약 20~30미터 이어지고 있는 곳,
우회길도 있지만 그대로 릿지를 타기로 한다.
예전에 한번 진행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좌우가 10여미터쯤 수직 절벽을 이루는 칼날릿지인데, 공포감이 좀 돌긴 하지만
잡을 것이 충분하므로 그저 말타듯 진행하면 의외로 수월하고, 재미있게 진행할 수가 있다.
자고로 계족산 산행의 백미구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휴식 5분, 통과시간 5분, 그렇게 릿지구간이 끝나면 또 급한 오름길이 기다리고 있다.

10시 04분, 마지막 이정표.
릿지구간을 벗어나 급오름길을 한번 극복하면 정상이려니 했는데, 그 봉을 오르면
"계족산 0.5km/ 정암리 입구 2.2km"라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마지막 이정표이다.
"정상 1.1km"란 이정표를 한참 전에 지나친 것 같은데 아직도 0.5km 남았다고?
그러나 정상은 아직도 저만치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10시 20분, 계족산 정상.
마지막 이정표에서 다시 15분 정도 더 땀을 흘리면 비로서 계족산 정상에 이르게 된다.
좁은 공터를 형성하고 있지만 유난히 뾰죽하게 솟아 있어 주위 조망이 아주 시원한 정상이다.
아직 흐린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시계가 어느 정도 트여 남한강 넘어 태화산의 모습은
그 전모를 모두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가야할 응봉산/망경대산쪽은 945.7봉까지만 시야에 들어온다.
정상 삼각점은 없고 대신 영월군청에서 설치한 정상표지석판이 좁은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 산을 오를 때마다 정상주용으로 준비한 막걸리 3병, 한병을 따니 1인당 1잔 반이 차례간다.
그렇게 조망도 즐기고, 정상주도 한잔씩 하면서 20여분 느긋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10시 50분, 동봉.
계족산 정상을 뒤로 하고 일단 메인 등로를 따라 7~8분 진행하면 동봉에 이르게 된다.
원래 지형도상 계족산으로 표기되어 있는 봉우리이다.
이곳에서 계족산 메인산행은 남쪽 능선을 따라 왕검성을 경유 다시 정양리로 원점회귀하는 코스,
산행시간 4시간 전후로 10여년 전 한번 진행해 본 경험이 있다.
그러나 응봉-망경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이곳에서 메인 등로를 버리고 동쪽 방향의 능선쪽으로
접어들어야 하는 첫번째 요주의 지점이다.
능선형태가 분명치 않은 급경사 내리막으로 이어져 있는데 초입을 잘 찾아 내려서면
얼마 있다가 그런데로 족적을 유지한 희미한 길이 능선을 따라 나 있다.

11시 02분, 능선 분기지점.
동봉에서 희미한 족적을 따라 10여분 진행하면 한 봉우리 형태를 이룬 곳을 오르게 된다.
이곳이 바로 능선 분기지점, 이곳에서도 특히 주의를 요하는 곳이다.
즉, 그대로 능선형태를 갖추고 진행하는 능선은 북쪽 연하리쪽으로 내려가는 능선이고,
주능선은 능선형태를 불분명하게 유지한 채 우측(동남방향)으로 급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정확한 독도를 하도록 한다.
5분 휴식 후 한곳을 선택하여 치고 내려서니 그런데로 족적이 유지된다.
얼마 후 "산을 사랑하는 좋은 친구들" 이란 제천의 한팀이 매달아 놓은 표지기도 보이니
길을 제대로 찾았다는 느낌이다.
비교적 뚜렷해진 족적을 따라 20분 치달아 내리니 오래된 묘 1기가 나타난다.

11시 29분 오래된 묘 1기.
이곳에도 제천 표지기가 하나 매달려 있어 아직까지는 제대로 진행된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그 이후가 문제였다.
흐지부지 족적이 없어지고, 좌측 저 건너로 능선이 보이는 탓이다.
그러면 족적을 따라 내려서다가 어느 지점쯤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바꾸어 진행해야 했던 것인가?
그러나 다시 되 올라선다 해도 그 지점을 찾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따라서 그냥 좌측으로 트레버스하기로 한다.
그렇게 10여분 진행을 하니 안월골 상부에 이르게 된다.
여기서 잠시 지도를 꺼내 확인하고는 계곡 우측지능을 따라 10분 남짓 오르니 비로서 다시 주능선이다.

11시 58분, 다시 주능선.
주능선상을 다시 대했는데도 산길은 물론 족적도 전혀 없다.
그러나 제천팀의 표지기도 다시 대하니 그들도 동일한 진행으로 다시 주능을 찾았을 듯 하다.
아무튼 산길이 없으므로 그저 능선의 형태만 유지하며 진행해야 한다.
다행히 잡목이 그리 성기지 않기 때문에 진행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그렇게 945.0봉 오르막이 시작된다.
얼마 후 약간의 잡목지대가 나타나 이리저리 헤치며 그 잡목지대를 벗어나니
다시 희미한 족적이 능선을 따라 형성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고도를 높일수록 족적이 뚜렷해진다.
어쨌든 35분쯤 오르면 945.0봉을 오릉 수 있다.

12시 36분, 945.0봉.
울창한 수림속이지만 바닥이 파란 초원을 형성하고 있어 분위기가 참 좋은 곳이다.
정상삼각점을 찾아보나 삼각점은 없고, 약간의 돌무더만 있을 뿐이다.
이곳에서 진행방향은 좌측으로 꺾인 능선길,
가야할 응봉산의 모습이 나무숲 사이로 저 멀리 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어쨌든 산행시간 4시간 째, 그러나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려 이제 목표지점의 1/3밖에 못 왔으니
딴은 오늘 산행도 꽤 늦은 하산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단지 앞으로는 그리 큰 고도차를 극복하는 곳이 없으므로 지금까지보다는 좀 수월한 진행이 되겠지?
점심식사를 하고 출발하기로 한다.

13시 04분, 945.0봉 출발.
식사를 마치고 945.0봉을 뒤로 하면 다시 희미한 족적이 능선을 잇고 있다.
그러다가 첫번째 봉(가리골 북봉)을 오를 때 족적은 좌측 사면을 통해 이어지도록 안내하고 있다.
그 길을 따르니 사면을 통해 10여분 후 첫번재 봉을 넘어선 안부에 이르게 된다.
두번째 봉(돌잎개 북서봉)을 오를 때도 좌측 사면쪽으로 족적이 이어지는데,
여기서부터는 비록 족적은 없지만 그대로 능선 날등를 따르기로 한다.
혹시 사면길을 따랐다가 그대로 하산길로 접어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시 족적이 전혀 없는 능선길, 이따금 잡목이 드센 지역도 나타나지만
산세가 대체로 유순하고 울차안 편이라 그런데로 무리없이 진행할 수가 있다.
그렇게 25분 정도 진행을 하면 두번째 봉(돌잎개 북서봉)이다.

13시 40분, 돌잎개 북서봉.
이곳 또한 지형이 헷깔리고 애매하여 독도에 매우 신경을 써야 하는 곳이다.
즉 진행하고저 하는 방향으로는 능선형태를 잃고 급격하게 떨어지는 반면,
능선형태는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완만하게 유지하며 내려서는 탓이다.
약 5분 휴식을 취하며 유심히 나침판을 맞추어 본다.
여기서는 좌측으로 약간 내려섰다가 적당한 곳에서 우측으로 사면을 치고 진행하도록 한다.
그렇게 3~4분 정도 사면을 치면 의도한 진행방향쪽으로 다시 능선 형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내리막 능선이다.
역시 산길이 전무한 능선을 20분 정도 내려서면 돌잎개 안부에 이르게 된다.

14시 08분, 돌잎개 안부.
안부에 이르면 좌측 사면쪽에서 올라온 어느정도 뚜렷한 산길과 만나게 된다.
또한 945.0봉 이후로 안 보이던 제천팀들의 표지기도 보인다
그 산길은 응봉산쪽으로 이어지니 이제부터는 그 길만 따르면 될 듯,
이제 한 굽이만 오르면 응봉산이리라!
안부를 뒤로하고 응봉산 오름길을 접하자 마자 또다시 "끄르르릉~" 소리가 들린다.
아까 계족산을 오를 때처럼 커다란 멧돼지 한마리가 울음을 터트리며 저쪽으로 스쳐 지나가는 것이다.
계양산님은 아까는 자세히 못 봤는데 지금은 자세히 그 모습을 보게 되었다고...
산중의 멧돼지는 처음 보았단다.
그렇게 7~8분 오르면 이번에는 우측에서 올라온 더욱 뚜렷한 산길과 만나게 되니,
모처럼 등산로다운 산길이 형성되는 기분이다.
이곳은 만약 반대방향으로 진행할 때 독도 요 주의지점이 될 것이다.
이제부터는 산길이 매우 편안하고 부드럽다.
그런 길을 10분 정도 진행하면 비로서 응봉산 정상을 대할 수가 있다.

14시 25분, 응봉산.
응봉산은 울창한 수림속에 있는 밋밋한 봉, 따라서 조망도 불가능하다.
또한 정상표지판은 물론 삼각점도 없고, 특별한 특징도 없는 곳이라 자칫 신경쓰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곳이다.
단지 정상을 의미하듯 제천팀들의 표지기가 촘촘히 매달려 있다.
어쨌든 이곳은 오늘 운행구간의 딱 절반쯤에 위치한 곳이다.
아직 갈길은 막막하게 남았다지만 또 하나의 산정을 차지했으니 정상주 한잔을 해야하지 않겠는지?
두번째 막걸리병을 따고 한잔씩 들이키니 약간 맛이 간듯한 막걸리인데도 그저 꿀맛이다.
그런 식으로 10여분간 산정의 여유를 즐기게 된다.

14시 38분, 응봉산 출발.
이곳부터 자령치까지 약 3km구간은 거의 오르내림이 없는 평지길을 이루고 있다.
산길도 비교적 잘 나 있는 편, 따라서 호젓함을 만끽할 수가 있고, 속도도 한결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구간이 된다.
약 30분 정도 진행하면, 남쪽으로 능선이 분기되는 994고지를 통과 하게 되는데
이곳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나침반을 한번 대어보는 것이 좀 더 확실한 진행이 될 듯 싶다.
"어? 그런데 나침반이 어디로 갔나?"
아마도 응봉산에서 흘린 모양,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저 느낌으로 진행하는 수 밖에...
그래도 좌측 진행방향의 뚜렷한 길이 제길임을 확신을 한다.

15시 16분, 994고지 출발.
마찬가지로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 길이 이어진다.
너무나 편안한 길, 이런 류의 길로만 이어졌다면 아주 쉽게 능선종주를 마감할 수 있었으리라!
지도상 삼각점이 표시되어 있는 903.7봉은 언제 지나쳤는지 모르겠고,
약간의 내리막길이 시작되는가 했더니 저 아래로 오래된 수레길이 보인다.
994고지로부터 약 30분 진행, 비로서 자령치에 이른 것이다.

15시 46분, 자령치(字領峙).
오래된 수레길이 산줄기를 가로넘는 자령치이다.
북쪽은 숲에가려 시야가 트이지 않으나 허허벌판을 이룬 남쪽 예밀리 일대는 시원하게
그 전모를 드러내고 있다.
민둥봉을 형성한 망경대산 남봉도 아주 가깝게 보여 이제 망경대산도 지척임을 알 수가 있다.
그러나 아직 가야할 망경대산은 숲에 가려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어쨌든 잠시 휴식을 취한다고 했으나 시야가 트인다는 핑계로 약 20분 시간을 보내게 된다.

16시 06분, 자령치 출발.
자령치 수레길을 버리고 이제 산록으로 붙으니 이제껏 뚜렷했던 산길이 다시 희미해진다.
응봉산을 통과할 때 이따금 대한 표지기들도 이후로는 전무한 상태,
그야말로 또 전인미답의 길을 개척해야 하는 것이다.
15분 진행하니 구조물 흔적의 오래된 공터가 나타난다.
여기서 약간 좌측 방향으로 꺾으면서 진행. 희미한 산길이 나타났다 끊어졌다 반복되므로
그저 능선의 흐름만을 따르기로 한다.
그렇게 다시 10여분 진행하면 울창한 숲속에 바닥은 넓은 초원을 이룬 봉우리 형태의 지형을
오르게 되는데...이 지점 또한 독도에 매우 신경을 쓰며 진행해야 할 곳이다.
그저 좌측 방향을 목표로 삼고 잡목이 덜 성긴 곳을 따라 10여분 정도 오르면 비로서
다시 능선형태를 갖추고 있는 봉우리를 오르게 된다.
지도상 998고지로 표기되어 있는 지점이다.
특히 이곳을 역으로 내려설 때 주능선을 찾기가 매우 까다로운 지점이 될 듯 하다.
아무튼 998고지를 넘은 뒤 5분 정도 더 진행하면 벌목지대를 이루어 시야가 확 트이는
봉우리를 대하게 된다.

16시 45분, 벌목지대봉.
바로 앞의 망경대산을 비롯하여 망경대산 남쪽능선, 그리고 북쪽능선일대가 벌목을 한 탓에
시야가 확 트이는 벌목지대봉이다.
모처럼 시야가 확 트이니 해방감을 맛보게 된다.
산불감시탑이 있는 망경대산이 빨리오라 손짓을 하고, 그 북쪽능선 아래 고냉지 단지도
이번만큼은 그저 시원하기만 하다.
아울러 지나온 능선을 뒤돌아 보면 응봉산이 까마득한 거리를 두고 있고,
계족산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대신 아득한 거리를 두고 태화산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이니 오늘도 꽤 많은 거리를 운행한 기분이다.
또한 야생화까지 지천에 깔려 있으니 분위기가 너무나 좋다.
당연히 베낭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기로 하는데 금방 또 20여분의 시간이 지나갔다.

16시 57분, 벌목지대봉 출발.
2~3분 진행하면 오래된 수레길이 능선을 가로지른다.
여기서 망경대산으로 오르는 길은 없으므로 수레길을 건너면 그대로 망경대산을 향해
일직선으로 올려친다.
산길은 없어도 초원지대라 잡목의 방해가 전혀 없다.
그런식으로 10분 남짓 오르면 비로서 망경대산 정상이다.

17시 10분, 망경대산.
넓은 헬기장을 이룬 망경대산 정상은 모퉁이에 산불감시탑과 태양열을 이용한 무슨 시설물도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제천 윤선생 영어교육 산악회 표시의 초라한 정상표지판 하나가 약간 찌그러진 채
갑시탑 철재에 매달려 있다.
조망은 방금전의 벌목지대봉에서 본 것과 마찬가지,
남쪽이나 서쪽 조망은 아주 시원한 조망이다.
그러나 북쪽이나 동쪽조망은 숲에 가려 시원한 조망이 되지 못하니 좀 아쉬움이다.
아무튼 이렇게 무사히 목적한 산에 도착하여 마지막 남은 한병의 막걸리로 정상주를 마시는 기분.
해 본 사람만이 그 기분을 알 것이다.
남은 간식도 모두 꺼내 먹으며 약 30분간 정상의 여흥을 즐긴다.
이제 1시간 정도면 더 고생하면 수라리재에 이를 수 있겠지?

17시 40분, 망경대산 출발.
망경대산의 주등산로는 북쪽 능선을 따라 궁장동에 이른 뒤 광산도로를 따라 화원1리로 내려서면 된다.
그러나 수라리재는 북동 방향에 위치해 있다.
여기서 지도의 등고선을 오판, 즉 동쪽으로 먼저 꺾었다가 북동으로 튼다고 판독하는 바람에
전혀 엉뚱한 결과를 가져오고 만다.
더더구나 이제껏 애용하던 실버나침반까지 중간에 분실하는 댓가를 톡톡히 치른 것이다.
(나중에 집에와서 다시 판독해본 결과 먼저 북쪽 능선을 따라 궁장동을 향하다 동쪽으로 틀어야 했슴.)
금수강산님의 조그만 나침반에 의지하여 동쪽 방향으로 잡으나 능선흐름이 전혀 없다.
그래도 치고 내려서려 하다가 일단 능선흐름이 뚜렷한 남동방향으로 접어들게 된다.
곧 동쪽으로 방향이 바뀌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17시 55분, 명경대산에서 약 15분 내려선 시각.
능선이 이쯤에서는 동쪽도 아닌 북동쪽을 가르켜야 하는데 이제는 아예 남쪽을 가르키니,
비로서 잘못되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여기서 망경대산까지 되돌아 선다해도 주능선을 찾을 확신이 없고,
결국 좌측으로 90도 꺾어 사면을 치기로 한다.
그렇게 10여분 사면을 치니 동쪽 방향을 향한 한 능선을 대하게 된다.
이곳이 주능선일까? 하지만 이 능선도 얼마후 남쪽으로 방향이 바뀌고,
진짜 주능선인 듯한 능선이 북쪽 저 건너편으로 올려 보인다.
따라서 여기서도 다시 좌측 사면을 치기로 한다.
설상가상으로 한바탕 소나기까지 쏟아진다.
어쨌든 무슨 특전단 훈련인냥 그렇게 사면을 마구 내려서니 잡목이 무성한 계곡을 대하게 된다.
망경대산으로부터 50여분이 지난 시각이다.

18시 33분, 한 계곡.
잡목을 헤치고 다시 주능선을 찾아 올려친다는 것, 이제는 시간이 너무 늦어 포기를 해야 할 것이다.
설사 능선을 올려친다 해도 그것이 주능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 탓이다.
10여분 휴식 후 이제 그냥 계곡을 따라 내려서기로 한다.
어느 곳이던지 이제 빨리 하산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렇게 15분쯤 계곡을 헤쳐 내려서니 광산길인듯 수레길이 가로지르고 있고, 표지판도 보인다.
"한일탄광 산림복구공사" 표지판이다.

18시 58분, 한일탄광 산림복구공사표지판.
지도에 한일탄광이 표시되어 있는데 그곳쯤일까? 그러면 얼마 후 주능선이 될 것.
그러나 나중에 확인 결과 그것도 아니었다.
이럴 때 나침반이 있으면 쉽게 위치판단이 되는데...그저 아쉬움이다.
어쨌든 수레길 좌측으로 따라 나서니 5분여 후 한 지능선을 넘고, 다시 2~3분 진행하니 수레길 3거리이다.
여기서 아래로 내려서는 수레길이 좀더 빨리 하산할 듯 보여 그쪽을 택한다.
그 수레길을 따라 10분 남짓 내려서면 다시 수레길이 양쪽으로 갈리는데 두 길 다 얼마 후 끊어지고 만다.
대신 그 사이의 지능선을 따라 뚜렷한 산길이 형성되어 그 길을 따르니 10여분 후 한 민가를 대하게 된다.

19시 30분, 한 민가.
"수라리재가 어디쯤에 있지요?"
"저 아래 도로를 따라 저쪽 능성이 뒤로 올라가면 있습니다. 약 2km쯤 될 것입니다."
"이곳 마을 이름이 뭐지요?"
"화원2리랍니다."
결국은 엉뚱하게도 수라리재 남쪽 마을로 내려선 것이다.
약 20~30미터 더 내려서니 1차선 포장도로를 만난다.
지도에는 비포장 도로로 되어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결국 수라리재까지 약 1시간 도로를 따라 올라와야 했다.
지나가는 차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끝까지 한대도 지나치지 않은 그런 오지마을인 탓이다.

20시 30분, 수라리재.
이번 산행도 예상치 않은 결과 때문에 꼬박 12시간 가까운 산행이 되고 말았다.
특히 망경대산에서 좀더 지형을 파악하고 내려섰어야 하는데...
최소한 일반 등산로를 따랐어도 편안한 산행이 되었을 텐데...
"아무튼 모두들 고생하셨습니다!"
덕분에 기회가 되면 수라리재에서 망경대산까지 역으로 한번 올라봐야겠다는 과제를 안게 된다.
"수라리재-망경대산-운교산-녹전 정도코스"를 생각해 본다.
아침에 주차해 놓은 금수강산님의 승용차가 어둠속에서 주인을 반기고 있다.

21시 05분, 정양리.
계양산님의 차도 무사히 회수.
젖은 옷들을 새 것으로 갈아 입으니 이제는 살맛이다.
"이왕 늦은 것, 어디가서 저녁이나 먹고 천천히 출발합시다!"
장릉 앞 한 순두부집을 찾는다.
운전을 하여야 하는 두 분 때문에 그저 맥초 한병으로서 하산주는 대신하고,
뜨끈한 두부전골 국물 들이키니 금방 긴 산행의 피로가 풀리는 듯 하다.
그렇게 해서 22시 30분 장릉 출발,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한점의 막힘도 없어 집에 도착하니
정확히 새벽 1시였다.

[E N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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