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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오지산행
일반산행/강원도

오대산/조개동-신배령-두로봉-비로봉-가칠봉

by 높은산 2005. 11. 1.
[오대산 내면지구 일주코스]
내면매표소-명개교-조개골-신배령-두로봉(1422)-북대령-상왕봉(1493)-비로봉(1568)-가칠봉(1425)
-가는골-내면매표소(도상거리 약 22km)


[
위 치] 강원도 홍천군 내면, 강릉시 연곡면, 평창군 진부면

[지 도] 1/50,000 연곡

[산행일자] 2002년 10월 26일 토요일

[날 씨] 아침비/산에는 첫눈(약 10cm), 흐린 후 오후부터 맑음, 겨울같이 쌀쌀한 날씨.

[산행코스]
내면매표소(07:45)-명개교(08:12)-(좌측 조개골)-조개동터/억새묵밭(08:40)-지계곡합수(08:44)
-계곡갈림(09:38)-(우측계곡/좌측지능)-대간주능(10:25)-신배령표지목(10:32~45)-두로봉(12:00~10)
-샘입구(12:23)-북대령(12:43~13:32)-봉(13:43)-헬기장(13:48)-원형헬기장(13:53)-주등산로(13:58)
-상왕봉(14:15)-계단(14:39)-헬기장봉1(14:45)-헬기장봉2(14:50)-비로봉(14:59~15:11)-헬기장봉2(15:20)
-(가칠봉능선)-안부(15:45~52)-소대산갈림봉(16:28~33)-가칠봉(16:44)-세번째봉/국립공원표지석(16:56)
-1봉(17:07)-1341.2/직전(17:27)-가는골상류(18:20)-급경사끝(19:00)-휴식(19:30~40)-뚜렷한길(19:45)
-불빛보임(20:00)-청도교(20:14)-내면매표소(20:15)


[산행시간]
12시간 30분(휴식및 식사: 2시간 10분, 실 산행시간: 10시간 20분)

[참여인원] 먼산, 계양산, 금수강산, 높은산.

[교 통] 승용차

<갈 때>
일신동(03:30)- 동군포(03:55~04:05)-새말(05:15~20)-소사휴게소(05;30~06:10)-속사IC-
운두령/내면경유-명개리 내면매표소(07:30)

<올 때>
내면매표소(20:35)-속사(21:40~22:40)-속사IC-새말(23:10~15)-동군포(24:30~35)-일신동(01:10)
/총 자동차 운행거리 524km



[산 행 기]
산행하기 좋은 10월, 여기도 가고 싶고, 저기도 가고 싶고, 그러다가 10월 마지막 주 산행, 결국은 전부터
한번 하리라 생각하던 오대산 내면지구 일주코스를 기획해 본다.
즉 오대산 내면매표소를 출발하여 원시의 계곡이라 할 수 있는 조개골을 따라 신배령, 즉 대간능선에 이른
뒤, 두로봉-상왕봉-비로봉을 종주하고, 미답코스인 가칠봉과 가는골을 통해 내면매표소로 되돌아오는
코스이다.
아직까지는 오지의 지역으로 남아 있는 내면매표소를 중심으로 한바퀴 빙 도는 원점회귀형 코스로 인파가
북적이는 월정지구와는 달리 오대산 특유의 원시림을 맛 볼 수 코스라 할 수 있다.
도상거리가 약 22km나 되어 결코 하루산행으로서는 만만한 거리가 아니지만 오대산 특유의 유순한 산세를
형성한 탓에 독도만 정확히 한다면 의외로 수월한 진행이 된다 하겠다.
인천의 계양산님, 군포의 먼산님, 그리고 제천의 금수강산님이 합류를 하여 오늘산행인원은 4명이다.

(때아닌 심설산행)

03시 30분, 집 출발.
비올 확률 오전 80%, 오후60%, 그러나 출발부터 비가 슬슬 내리고 있다. 모처럼 잡은 산행 우중산행이 되
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집앞에서 계양산님을 태우고, 동군포에서 먼산님을 태우고, 새말 휴게소에서 금수강산님도 합류를 하니
빗줄기가 더욱 세차다.
소사 휴게소에 도착했을 땐 안개까지 자욱하게 끼어 가시거리가 불과 몇 미터밖에 안 보인다.
산행을 의욕이 전혀 나지 않는 날씨, 차라리 강릉으로 회나 먹으로 가자는 의견도 나온다.
다행이 아침식사를 한 뒤 소사휴게소를 빠져 나오니 안개도 걷혔고, 빗줄기도 좀 소강상태이다.
그리고 운두령을 넘을 때는 계절에 어울리지 않게 눈까지 조금 쌓여 있으니 잘 하면 첫눈 산행이 될 것이
라는 기대를 가져 본다.
결국은 예정대로 강행하기로 한 것이다.

07시 45분, 내면 휴게소 출발.
07시 30분, 내면 휴게소 도착하니 아직도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이 때문에 모두들 출발을 할 용기가
나지 않는지 그저 꾸물거리고만 있다.
파일자켓 비상으로 하나 챙기고, 오바트로우즈 입고, 바지에 덧옷까지 하나 입고, 07시 45분, 비로서 출발
을 한다. 시작이 반이라고, 이렇게 출발을 시작함으로서 오늘 산행의 반은 진행한 듯 싶다.
아직 이른 시간인지 매표소문은 굳게 닫혀 있고, 우리일행 외에는 아무도 없는 산중, 빗소리와 함께 적막
함만이 감돌고 있다.

08시 12분, 명개교.
내면매표소를 출발하면 일단 북대령을 넘어 상원사-월정사로 이어지는 지방도로를 따른다. 비포장도로
되어있는 446 지방도로이다.
비포장도로이긴 해도 지난 봄에 찾았을 때는 일반 승용차도 적당히 지나갈 수 있도록 토사를 깔아 놓았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지금은 지난 여름 혹독한 수마 때문인지 토사도 다 씻기고 곳곳이 패어 있어 일반승용
차로 진행은 좀 무리일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우측으로 요란한 물소리를 진동하면서 흐르는 북대골, 아무리 가물어도 수량하나만은 풍부하기 그지없는
오대산 계곡의 전형이다.
그렇게 도로길을 약 2km쯤 진행하면 좌측으로 조개골 초입이 나타난다.
"명개교"라는 이름의 다리가 있는 곳으로 내면매표소에서 27분 지난 시각이다.

08시 40분, 조개동터/억새묵밭.
명개교를 뒤로 하고 조개골을 따르는 좁은 등로로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희미한 등산로,
바야흐로 오지산행의 진수인 것이다.
딴은 명개교에 이를 즈음 빗줄기가 그친 것이 다행이고, 특히 조개골로 접어들자마자 하늘 한쪽 파란 하늘
까지 잠시 드러내니 모두 환호를 지르게 된다.
이제는 곧 갤 것같은 예감, 빗줄기가 쏟아지는데도 무모하게 산행을 강행한 것에 대해 하늘도 포기를 하고
비로서 우리를 도와주려는 모양이다.
주계곡인 북대골 못지 않게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조개골, 지난 봄 찾았을 시 그저 넓고,편안하고, 거기
에다가 거의 사람의 손길이 없는 원시의 계곡이었다는 인상 때문에 이렇게 또다시 찾아 나선 것인지도 모
르겠다.
계곡 좌측을 따라 이어지는 등산로는 약 20분 남짓 후 계곡을 건너서게 되고, 그 이후로는 줄곳 계곡 우측
을 따르게 된다.
계곡을 건넘지점에서 5분여 진행하면 우측으로 억새가 무성하게 자란 넓은 묵밭을 대하게 되는데 이곳이
지도상 민가가 표시되어 있는 조개동이다.
예전에는 제법 큰 민가가 형성되었을 듯 하지만 그러나 지금은 민가는 하나도 없고, 계곡 흐르는 소리만
요란한 그저 적막강산일 뿐이다.

(조개골)

09시 38분, 계곡 Y 갈림.
조개동을 지나 4분 진행하면 우측 두로봉 방면에서 발원한 지계곡을 건너게 된다.
당연히 좌측 주계곡으로 진행을 하면 그리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런데로 족적을 유지하며 계곡 우측으로
산길이 이어진다.
이따금씩 군락을 이루는 비에 젖은 산죽지대를 통과하다보니 이미 신발이 꿀럭이고 있다. 아니 냉탕을
지나치는 것 만큼이나 정강이에 한기를 느끼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도 시종 풍부한 수량을 유지하며 유유히 흐르는 계곡이 우리모두를 적막강산으로 빨아들이는
기분이다. 딴은 아직 잔뜩 흐린 날씨가 아쉽지만 그래도 비가 올 기미가 없으니 그것만으로도 아주 다행
한 일일 것이다.
전에 진행할 때는 산길이 거의 끊이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이곳도 수해의 여파인지 곳곳이 산길이
끊어져 그럴 때마다 계곡내로 내려서서 잠시 진행을 하며 우측의 산록에서 다시 길을 찾아야 했다.
조개동을 지난지 근 한시간 후 비로서 계곡이 Y로 갈라지고, 희미한 산길은 우측의 지계곡 방향으로 나
있다.
여기서는 일단 우측 지계곡으로 접어든 뒤 잠시 후 좌측의 지능선으로 붙어 진행하도록 한다.

(와폭)

10시 32분, 신배령 표지목.
우측 지계곡은 전에 신배령을 지나 1240고지에 이른 후 서쪽 능선을 따라 내려서다가 치고 내려섰던 계곡
이다. 즉 산길이 전무했던 계곡이기에 오늘은 그 계곡을 따르지 않고, 좌측의 지능선을 따라 대간능선으
로 붙기로 한다.
설사 산길이 없더라도 대간능선까지는 약 1.5km정도밖에 안 남았고, 산세 또한 유순하기에 그리 어려운
진행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지능으로 붙으니 예상대로 산길은 없으나 어느 정도 치고 오를 만큼 유순한 산세를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잠시 후부터는 눈이 보이기 시작하고, 마침내는 상고대터널을 이룬 심설산행이 시작되니 전혀
뜻밖의 소득이다.
첫눈치고는 굉장한 눈이다.
지금이 10월인가 착각될 정도로 발목까지 빠지는 눈, 출발할 때야 어느 정도 눈만 기대했는데 한겨울에도
몇 번 대하기 힘든 상고대터널을 대하니 그야말로 꿈속으로 들어온 기분이 든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그 분위기가 더욱 가경을 이룬다. 온 산하가 그저 백색의 향연을 벌이고 있다.
약 50분 걸으니 비로서 대간 주능임을 알리듯 뚜렷한 길이 능선을 가로지르고 대간표지기도 보인다.
그리고 대간길을 따라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10분 남짓 진행하면 북부지방산림청에서 세어놓은 신배령
표지목이 반긴다.
"←응복산 4.8km/2시간 30분 소요, →두로봉 2.5km/1시간 30분 소요"
10여분 휴식 후 10시 45분, 신배령을 출발한다.

(때아닌 심설)

(신배령 표지목)

12시 00분, 두로봉.
길이 뚜렷한 대간길이라 진행이 한결 수월하다.
약 10cm정도의 첫눈, 발걸음을 방해할 정도의 눈은 아니다. 그저 첫 발자국을 찍는 야릇한 기분, 거기다가
온통 상고대를 이루고 있는 원시의 숲, 그 때문인지 오름길이긴 해도 전혀 힘든 기색이 없다.
오히려 잠시 쉴 양이면 추워서 못 쉬겠다는 투, 그저 부지런히 오른다.
이제 두로봉에 올랐을 때 날씨가 좀 걷혀 주위조망만 한번 볼 수 있다면 더 이상의 바람은 없으리라.
그 소원을 들어주렴인가? 두로봉이 가까워질 무렵 갑자기 주위가 훤하게 열리면서 저기 응복산도 보이고,
갈전곡봉-가칠봉-개인산능선, 그 뒤 방태산 줄기도 보였다가 사라진다.
잠시 동안이었지만 너무 인상적이고, 또한 이내 활짝 갤 것이라는 기대를 잔뜩 가지게 된다.
결국 신배령 표지목을 출발한지 1시간 10여후, 두로봉 헬기장에 도착하니 날씨가 활짝 걷히어 사방으로
모든 것이 드러난다.
이제까지 진행해온 응복산 방향이외도 저것이 노인봉-백마봉이고, 황병산-소황병산-매봉이고, 저것은
동대산, 그리고 저것이 바로 우리가 진행할 상왕봉-비로봉이다.
눈꽃 축제분위기에다, 이렇게 막힘없는 조망까지 깃들이는 행운이 있었으니 하늘은 결국 우리들의 모든
소망을 다 들어준 셈이다.
마냥 서서 이런 분위기에 도취해 보고 싶지만, 그러나 손이 얼어붙을 듯 매서운 추위 때문에 오래 휴식하
지 못하고 10여분 후 두로봉을 뒤로 하게 된다.

(날씨가 걷히기 시작)

(두로봉 1)

(두로봉 2)

(두로봉 3)

(두로봉 4)

(두로봉 이정표)

12시 43분, 북대령.
두로봉 헬기장을 뒤로 하고 동대산 방향으로 주능을 따라 약간 더 진행을 하면 두로봉 표지목과 함께
북대령 갈림길이 나타난다.
"두로봉-해발1422m, ←북대사 4km, →동대산 7km"
우측으로 꺾어진 북대사 방향의 내림길로 들어선다.
약 10여분 내려서면 좌측의 샘터이정표도 나타난다.
이름하여 "두로봉 남쪽 샘터", 심마니터를 이룬 곳인데 샘이 하도 좋아 아주 오래 전 야영을 하고 하룻밤
머무른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늘은 그냥 지나친다.
다시 편안한 내림길이 이어진다. 이따금 나타나는 주목들, 상고대가 만발하니 더욱 세련된 모습이다.
그런 분위기속에 20분남짓 더 내려서면 월정사-내면매표소간 지방도로와 만나는 북대령에 이르게 된다.
해발 1310m란 표지목과 함께, 상왕봉, 북대사, 두로봉, 홍천 내면지구쪽으로 거리가 적혀있는 이정표가
있으나 그 거리가 정확한지는 알 수가 없다.
일단 바람이 덜 부는 곳을 차지하고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출발하기로 한다.
추운 겨울날, 아니 가을날을 대비해, 계양산님과 금수강산님 버너까지 준비해 왔고, 라면을 끓인 뒤
국물에 밥을 말아 먹으니 그런데로 먹을만 하다. 원칙적으로는 이것도 벌금 몇 만원짜리이지만 추운데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 하겠다.
약 50분 후인 13시 32분, 북대령 출발한다.

(북대령 가는길)

(북대령)

(북대령의 이정표)

14시 15분, 상왕봉.
다시 산길로 접어들어 신설에 발자국을 찍는다, 약간 깔끄막 오름길이다.
그렇게 10여분 오르니 한 봉우리를 오르게 되고, 이제 저기 가야할 상왕봉과 비로봉이 보이고 있다.
다시 5분 거리의 헬기장에서는 좀더 멋지게 보이는 기분이다. 물론 뒤돌아보면 두로봉은 이제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5분여 후에는 또다른 원형 헬기장을 대하고, 그곳에서 5분 내림길을 대하면 비로서 북대사 방면으로
연결된 오대산 주 등산로를 대하게 되니 잠시 속세로 되돌아온 느낌을 받기도 한다.
왜냐하면 이곳부터는 오늘 제법 많은 산객이 지나쳤음을 말하듯 등로상의 눈은 다 녹아있기 때문이다.
주 등산로를 대하고 17분 오름짓을 하면 상왕봉에 이르게 된다.

(상왕봉에서)

14시 59분, 비로봉.
상왕봉에 이르면 비로봉이 지척인 듯 하다. 그러나 막상 진행을 하면 제법 먼 거리임을 실감할 수가
있다. 한 굽이 내리막 후 오름길이 시작되는 지점, 간간히 계단도 설치되어 있어 이제는 저 오름길만
극복하면 비로봉일 것 이라는 생각도 한다.
그러나 그 오름길을 극복하면 헬기장을 이룬 봉우리, 즉 비로봉 전전봉이다.
상왕봉을 출발한지 30분 지난 시각이다.
그 헬기장 봉에서 5분 진행하면 또다른 헬기장봉, 여기서 가칠봉 능선이 갈라지므로 잠시 눈여겨 봐
두어야 할 것이다.
이 두 번째 헬기장봉에서 약 10분 남짓 더 걸음짓을 하면 비로서 비로봉 정상표지석이 반긴다.

(비로봉)

(정상 기념사진)

15시 11분, 비로봉 출발.
비로봉 정상조망이 오늘따라 너무나 좋다. 눈이 온 다음 구름한점없이 말게 걷힌 날씨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오지의 내면지구부터 시작하여 원시의 계곡과 능선을 타고 이곳까지 온 때문이리라.
먼저 북쪽 조망을 보면 이제까지 이어온 신배령-두로봉-북대령-상왕봉 능선이 거침없이 조망되고,
가야할 가칠봉능선도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 뒤로 방태산 줄기는 물론 설악까지 시야에 들어오니...저것이 가리봉-주걱봉이고, 점봉산이고, 그 뒤
줄기가 바로 서북주능과, 중청, 대청...
동쪽 전망도 일품이다. 두로봉-동대산 능선 뒤로 노인봉-황병산 능선, 그 뒤로는 주문진과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인다.
남쪽 조망, 호령봉을 거쳐 저기 계방산과 운두령까지, 아니 어쩌면 한강기맥의 끝이라 할 수 있는 양수
리까지 보이는 것은 아닐까?
10여분 그런 조망을 카메라에 담아 보며 정상조망을 즐긴 후 이제 비로봉을 출발한다.

(동대산 조망)

(두로봉 가는길)

15시 45분, 가칠봉능선 첫 안부.
비로봉에서 10분 남짓한 거리의 헬기장봉까지 BACK을 한 후 서북쪽 능선, 즉 가칠봉능선으로 접어
듬으로서 이제 다시 미지의 세계로 접어든 느낌이다.
이곳부터는 본인도 초행길, 희미한 산길이 있긴 하지만 눈속에 묻혀 그저 저 건너 가칠봉을 보고 감각적
으로 진행해야 한다.
눈속을 헤치며 내려서는 모습들이 곡 멧돼지 일행들 같다.
아니 이따금씩 방금 지나친 듯한 멧돼지들 발자국이 어지럽게 나 있는 곳들도 지나친다.
가급적 약간 좌측 방향으로 목표를 잡으면서 약 25분 정도 진행했을까?
비로서 첫 안부에 이르게 된다.
여기서 우측은 작은북대골이고 좌측은 큰대산골이라고 하는데 모두가 비경의 원시림을 자랑하는
미답의 계곡들이다.
이제 200여m의 급한 오름길이 기다리고 있으므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출발하기로 한다.

16시 28분, 소대산 갈림봉.
7분 휴식 후 안부를 뒤로 하면 급경사인데다가 산길이 불투명하고, 산죽이 주류를 이룬 눈길을 헤치려니
더욱 시간이 지체된다.
그래도 오름길은 가급적 한번에 뽑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힘들다고 중간에 쉬면 그만큼 오르는데 체력
소모가 더 걸리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약 35분 올랐을까? 비로서 오르막이 끝이 난다.
해발 1400m대의 봉으로서 좌측으로 소대산쪽 능선이 갈라지는 곳이다.
언제 한번 기회가 된다면 을수골 대산골 초입을 깃점으로 감자밭등-호령봉-비로봉을 경유 이곳에 이른
후 소대산-대산골로 원점회귀하는 식의 산행도 한번 가져 볼 생각을 한다.
대산골-감자밭등-호령봉구간의 호젓함은 예전에 한번 경험해 보아 익히 알고 있고, 그때 대산골 초입의
비경이 너무 좋았는데 이렇게 한다면 그 호젓함을 더욱 만끽하리라.

(소대산 갈림봉)

(그곳의 조망)

16시 44분, 가칠봉.
소대산 갈림봉에서는 소대산 쪽이 아닌 우측의 능선쪽으로 진행한다.
그 능선을 보면 역시 1400m대의 높이가 엇비슷한 봉우리 두 개가 솟아있는데 그 중 첫 봉우리가 바로
가칠봉이다.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산길은 불투명하지만 고도차가 없어 진행이 좀 수월한 편이다.
약 10여분 진행하면 비로서 가칠봉, 그러나 숲으로 뒤덮여 있어 조망은 소대산 갈림봉보다 못하고, 물론
정상을 의미할 만한 특별한 표지석이 없다. 눈속에 감추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삼각점 같은 것도 발견
할 수 없었고, 단지 한 산악회 표지기가 두어개 뭉쳐 붙어 있었는데, 어느 쪽에서 올라와서 어느 쪽으로
하산했는지 더 이상 주변에서 표지기는 발견할 수 없었다.
가칠봉에서 약간 좌측 방향으로 틀어 다시 12분 진행하면 마지막 1400대봉을 대하는데 그곳에는 국립공원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가칠봉)

17시 21분, 1341.2봉 직전.
이제는 오늘 목표로 한 봉우리들 다 찍었으므로 우측 가는골로 내려서는 하산길만 나타나면 그대로 빠질
것이다. 물론 하산길이 없으면 1341.2봉을 넘어 내면매표소 방향으로 떨어지는 지능선을 따르리라.
능선길이 상태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가급적 날등을 이어가면 그런데로 족적을 찾을 수 있다.
국립공원 표지석봉을 뒤로 한지 약 11분 후, 한 봉우리 형태를 넘어선다.
다시 20분쯤 더 진행한 후, 서쪽으로 뚜렷한 능선이 갈라지는 1341.2봉 직전인데 우측 가는골 쪽으로
희미한 족적이 보인다.
아니 눈 때문에 그것을 산길로 혼동했을지도 모른다.
아직도 1341.2봉을 지나 내면매표소로 갈라지는 지능선까지 1km는 남은 듯 하고, 거기서도 지능선을 따라
3km는 더 진행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같이 길이 희미하게 이어진다고 가정할 때 2시간 정도 잡아야 하고, 만약 길이 없다면 그
이상도 잡아야 한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가는골쪽 길만 있다면 1시간 30분 정도면 하산하지 않을까?
결국 조금이라도 빨리 하산해 보겠다면서 가는골 방향의 희미한 족적을 구실삼아 길이 있던 없던 가는
골로 빠지기로 했는데 결론적으로 말해 길은 전혀 없었고, 거기에다 급경사의 잡석을 헤쳐 나오느라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며 하산을 하게 되었다.

18시 20분, 가는골 상류.
희미한 족적은 이내 사라진다. 그래도 오대산 특유의 유순한 산세를 생각하며 좀더 치고 내려서니 이건
정반대의 산세였다. 급경사, 잡목과 잡석, 때때로 나타나는 절벽지대...
이제는 되올라 갈수도 없이 내려섰기에 그대로 치고 내려서는데 정말 장난이 아니 듯 하다.
나뭇가지에 매달리려 해도 상고대 때문에 손이 워낙 시렵고, 이젠 눈도 너무 지겹다.
끝까지 능선을 타지 않음이 엄청 후회되지만 어쩌겠는가? 그야말로 이런 고생 왜 하나 하는 생각만 난다.
그렇게 근 1시간 내려섰을까? 가는골의 상류인 듯, 물줄기가 졸졸졸 흐르기 시작한다.
그러나 급경사 형태는 계속 이어지고, 이제는 날도 어두워져 헤드랜턴을 끼고 진행을 한다.
다시 40분 후 비로서 급경사가 한풀 꺾인 듯 하니 "휴~우" 하는 한숨이 절로 나온다.
비로서 눈이 없어진 것이 또한 반가운 것 같다. 계곡의 수량도 제법 흐르고 있다.

19시 45분, 뚜렷한길 시작.
급경사가 끝나고도 산길이 전혀 없기에 어둠속의 계곡진행이 만만치가 않다.
주로 계곡 우측에서 길을 만들어 본다. 이따금 나타나는 국립공원 표지석, 딴은 예전에는 이곳에도 뚜렷한
길이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또 30분 진행, 이제는 허기를 느낀다. 정신없이 내려선 탓에 간식먹을 일도 까먹은 탓이다.
잠시 베낭을 내리고 남은 간식을 먹은 뒤 다시 출발을 하니 좀 느긋해진 기분이다.
그래, 느긋하기로 하자! 언젠가는 목적지에 이를테지...
그렇게 5분정도 더 진행을 하니 비로서 뚜렷한 길이 나타난다.어디서 내려온지는 모르지만 완전 길임을
확신할 수 있는 그런 길인 것이다.

20시 15분, 내면매표소.
길이 있다는 자체로 고속도로를 만난 기분이다. 씽씽 뛰어간다. 계곡 우측으로 이어진 산길을 따르니
이제는 계곡 흐르는 소리가 더욱 요란하다. 만약 길이 없는 상태에서 끝까지 저 계곡을 따라 왔다면?
생각하기도 싫을 정도로 계곡은 어느새 커다란 계곡으로 변해 있었고, 드디어 계곡을 한번 건너 계곡
좌측으로 진행을 하자 저기 불빛이 보인다.
이제는 다 왔다는 이야기이다.
한 밭둑을 넘어 모든 계곡들이 합수한 북대골을 건너는 "청도교"를 건너니 비로서 아침 차를 주차해 놓은
내면매표소 앞이다.
의외로 복병의 하산코스를 만나 비록 예정보다 두시간 정도 더 소요된 듯 싶지만 실로 기억에 남을 만한
산행, 특히 때아닌 심설산행과, 대미를 장식한 개척산행은 더욱 보람이라 하겠다.
모두다 해냈다는 뿌뜻함으로 손을 모으고 힘찬 "화이팅"을 외쳐 본다.

[E N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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