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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오지산행
일반산행/지리산

[지리산 동부능선]성심원-웅석봉-왕등재-천왕봉

by 높은산 2005. 8. 23.

[지리산 동부능선]
성심원-십자봉-웅석봉(1099)-밤머리재-동왕등재(835.8)-서왕등재-외고개-새재-쑥밭재
-국골안부-하봉(1781)-중봉(1875)-천왕봉(1915)-제석봉(1808)-장터목-소지봉(1312)
-참샘-하동바위-백무동(도상거리 약33km)


[지 도] 1/50,000 산청, 운봉.

[산행일자] 2002년 6월 8일 토요일~ 6월 9일 일요일

[산행코스]

<첫 날> 날씨 맑음, 안개가 많아 시계 별로, 무척 더운 날씨
성심원교(07:58)-성심원마리아상(08:03)-첫 예수조각물(08:15~25)-휴식(08:50~09)
-헬기장(09:09)-안부헬기장(09:26~32)-십자봉(09:58~10:10)-봉(10:13)
-어천/내리갈림사거리(10;18)-나무사다리(10:44~11:03)-웅석봉(11:09~11:18)
-안부헬기장(11:23)-딱바실계곡갈림(11:25)-1080봉(11:27)-1020봉(11:40)
-왕재삼거리(11:58~12:32)-894봉(12:42)-휴식(13:00~11)-856봉/헬기장(13:20)
-밤머리재(13:46~53)-헬기장(13:58)-880봉/헬기장(14:28)-휴식(14:30~15:02)
-안부(15:40~53)-웅석봉전망바위(16:25)-동왕등재/935.8(16:28)-안부(16:34~50)
-절골안부4거리(17:22~32)-969봉/전망봉(17:48~18:02)-안부3거리(18:21)
-왕등재직전봉(18:40)-서왕등재/늪지(18:48)
((산행시간))10시간 50분(휴식및 식사: 3시간 30분, 실 산행시간: 7시간 20분)

<둘 째 날>날씨 맑은 후 흐림, 안개 때문에 시계 별로.
서왕등재(06:20)-외고개(06:43~48)-890.8(06:58)-새재(07:16~24)-바위조망(07:38~48)
-능선갈림봉/오래된헬기장(07:53)-1258.4봉전바위(08:02~37)-1258.4봉(08:43)
-로프(08:58)-1323봉/새봉(09:02)-갈림길(09:12)-좌측-지형도상쑥밭재(09:15~20)
-독바위(09:27~47)-삼거리/우갈림(10:00)-삼거리/좌갈림(10:08)-삼거리/좌갈림샘터(10:22~11:40)
-국골안부사거리(12:17~25)-초암릉조망봉(12:42~50)-무덤(13:07)
-하봉/초암릉갈림(13:15~27)-그다음봉(13:36)-안부헬기장/치밭목갈림(13:56)
-휴식(14;05~12)-중봉(14:28~41)-안부(14:48)-천왕봉(15:08~16)-통천문(15:26)
-제석봉(15:49)-장터목(15:56~16;05)-칠선들머리/등산로아님(16:21~28)
-망바위(16:47)-소지봉(17:16~25)-참샘(17:38~45)-하동바위(18:05)-백무동(18:40)
((산행시간))12시간 20분(휴식 및 식사: 4시간, 실 산행시간 8시간 20분)

[참여인원] 2인( 고영주, 높은산)

[교 통] 승용차

<갈 때>
일신동(04:10)-망향휴게소(05:02~20)-인삼랜드휴게소(06:12~06:44)-산청IC
-성심원(07:55)((자동차 운행거리 313km))

<올 때>
백무동(19:40)-(완행 2700원/1인)-함양(20:20~21:00)-(직행 1700원/1인)-산청(21:25)
-(택시 5800원)-성심원(21:35~40)-덕유산휴게소(22:25~34)-옥산휴게소(23:30~49)
-안성휴게소(24:20~25)-일신동(01:10)

[산 행 기]
지리산은 산에 대한 그리움이 있는 산이다.
80년 초 첫 단독산행을 한 산, 거기에 매료되어 산에 푹 빠지게 되었고,
틈만 나면 지리로 발길을 옮겼던 추억이 있는 산이다.
그러나 90년대 초반부터 갑자기 지리의 발길이 뜸해졌다.
그저 사람이 너무 붐빈다는 핑계로..

모처럼 이틀간의 시간을 내어 지리산을 기획해 본다.
"웅석봉에서 천왕봉까지" 지리의 동부능선을 주파해 보는 것이다.
웅석봉에서 시작하여 인월의 덕두산까지 이어지는 소위 태극능선의 골격을 이루며,
또한 최근들어 백두대간의 시발점이 되기도 하는 동부능선이다.
예전에는 그렇게 자주 찾았지만 실로 몇년만의 지리이기에 새삼 설레임이 들기도 한다.
애초계획은 단독산행이었으나 출발전날 후배 한 친구가 동참을 하겠다고 한다.

<산행 첫날>
새벽 4시가 조금넘은 시간.
산행에 동참하기로 한 일행이 나타나고, 드디어 지리산을 향한 시동을 건다.
고속도로가 한점의 막힘이 없다.
특히 경부고속도로를 벗어나 대전-통영고속도로로 접어드니 더욱 신나게 질주를 한다.
인삼랜드휴게소 들러 아침식사, 산청IC를 빠져나오니 07시 30분이 조금 넘은 시간이다.
산청IC가 변두리에 있어 진주를 향한 3번국도로 붙는것 잠시 헷깔린다.
산청읍내를 가로질러 3번국도를 따라 10분 남짓 달리면 우측으로 경호강변을 따르게 되고,
잠시후 우측 경호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쪽으로 성심원 이정표가 보인다.
산행의 들머리 지점인 성심원이다.
여기서 3번국도를 벗어나 성심원 이정표를 따르고,
차는 다리(성심원교)를 건너자마자 나타나는 좌측 도로의 모퉁이에 주차해 놓는다.
나환자촌이라고 했던가? 07시 55분,비로서 성심원(일명 성혜원)에 도착한 것이다.
(자동차 운행거리 313 km)

07시 58분, 이제 산행 출발이다.
일단 다리 우측편 산언저리에 있는 성심원 안으로 들어간다.
십자가를 대신한 마리아상이 있는 본관건물 좌측 모퉁이로 가서 성심원을 빠져나오면
"십자봉,웅석봉"이라는 작은 푯말이 나타난다.
산행 들머리이다.
이 길로 접어들면 잠시 시멘트길이 이어지다가 우측으로 휘돌아 밤나무숲을 가로지리고,
이내 본격적인 능선길로 접어들게 된다.
"건건산악회", "희와준" 등 낯익은 표지기도 반갑게 맞이해 주고 있다.

08시 15분, 능선길 초입에는 "예수 십자가를~"이라고 쓰인 동조각물이 설치되어 있다.
이런류의 조각물은 십자봉에 이를때까지 약 10여개,
요소요소마다 설치해 놓아 좀 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어쨌든 시종 오름길로만 이어지는 능선탓에 벌써부터 이마에 땀이 주르르 흐르기 시작한다.
특히 아침부터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무더운 날씨,
딴은 오늘 산행 꽤나 더위와 싸워야 할 듯한 생각이다.

08시 50분, 오름길이 끝나면 휴식을 취하려 했으나 끝없이 이어지는 오름길탓에,
후미에 처진 일행이 올때까지 잠시 휴식을 취하고저 한다.
산행경력이 짧은 일행, 산행시작부터 시종 오름길만 이어지니 벌써 지친 모양이다.
아직 시작도 한것이 아닌데...
약 10분정도 기다리니 일행이 거친숨을 몰아쉬며 올라 왔다.
벌써 1리터 수통의 물이 바닥을 들어낸다고 한다.
09시 05분, 다시 출발을 서두르니 4분 후 비로서 오름길이 끝나고 헬기장이 나타난다.

09시 09분, 헬기장을 지나면 잠시 완만한 길이 이어진다.
그러면서 저 건너로 대형 십자가가 있는 봉이 올려다보이는데 그 봉이 십자봉인 모양이다.
약 15분 진행하면 헬기장이 있는 안부, 이곳에서도 약 5~6분의 휴식을 취한다.
헬기장 안부를 지나면 십자봉 오름길이다.
그러나 처음 오를때의 경사도보다는 급하지 않아 진행이 좀 수월한 편,
약 25분 오르니 비로서 십자봉이다.

09시 58분, 십자봉.
바위위에 예수가 부활한다는 뜻(?)의 조각품을 설치하여 놓고,
좌측 바위조망대에는 대형 십자가까지 설치하여 놓았는데...
정말 이래도 되는지? 상식밖의 인공물들이다.
이제껏 요소요소마다 줄곳 설치해놓은 동조각물도 모자라 이곳에는 아예 극치를 이룬 것이다.
아무리 특정종교의 사유지라 해도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이곳에서 12분 휴식.

10시 10분, 십자봉을 뒤로하면 잠시 산길이 희미해진다.
그러나 우측 희미한 길방향으로 "웅석봉'이란 작은 푯말이 있다.
그 길을 2~3분 오르면 이봉우리의 최고 높은 지점, 즉 십자봉의 정상이 되는 능선3거리 봉이다.
우측 지곡사 일원이 훤히 내려다 보이기도 한다.
여기서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5분 정도 내려서면 다시 뚜렷한 산길이 시작된다.
즉, 어천코스와 지곡사코스가 만나는 안부사거리로서
"어천 4.2km/ 웅석봉 0.9km/ 내리 4Km"라는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다.
많은 표지기들이 내리쪽 지곡사방향으로 매달려 있어 웅석봉의 메인코스임을 알 수가 있다.
지곡사 방향은 예전 웅석봉을 찾을때 하산했던 곳이기도 하다.

10시 18분, 안부사거리를 뒤로 하면 잠시 편안한 길을 있다가
다시 마지막 웅석봉을 향한 오름길을 접하게 된다.
약 25분쯤 진행하니 나무사다리가 하나 나타난다.
여기서 정상은 지척, 그러나 다시 후미에 쳐진 일행을 기다린다는 핑계로 잠시 베낭을 내려놓는다.
아무래도 뙤약볓의 정상에서 기다리는 것 보다는 그늘에서 기다리는 것이 나을듯 하기 때문이다.
휴식을 취하며 땀을 딲던 스카프를 쥐어짜니 물이 주르르 흐르기도 한다.
그만큼 엄청 무더운 날씨이다.
평소산행시 1.5리터짜리 패트병 하나면 온종일 산행해도 부족함이 전혀 없었는데,
오늘은 벌써 반이 비어 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그곳에서 20분의 시간을 또 보내게 된다.

11시 09분, 웅석봉(1099)정상.
휴식을 취한곳에서 불과 5분 진행하면 드디어 웅석봉 정상이다.
두시간이면 족할줄 알았는데 세시간만에 도착한 정상,
찌는듯한 무더위 때문에 오늘 산행은 그만큼 휴식시간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해 본다.
웅석봉은 곰바우산이라고 부른다.
정상부에서 노닐던 곰이 동쪽 사면으로 떨어져 죽었다는 전설에서 유래된 지명이다.
가야할 지리산 천왕봉 조망, 날씨만 좋다면 그야말로 장관으로 나타날텐데...
오늘은 뿌옇게 낀 안개탓에 겨우 밤버리재 정도까지만 시야에 들어올 뿐이다.
따라서 배경사진은 생략하고 곰을 음각한 정상석 배경으로 기념사진만 달랑 한 카트 찍고 만다.

11시 18분, 웅석봉을 뒤로하면 산불감시탑 좌측으로 편안한 내림길이 열여 있다.
5분 후 넓직한 안부 헬기장, 좌측으로 샘터표지기가 있지만 아직은 물을 보충할 필요를
느끼지 않아 그대로 직진 방향의 오름길을 접하게 된다.
오름길 역시 순한 오름길이다.
2분 정도 진행하면 능선갈림, 좌측능선방향으로 "딱바실계곡"이라는 표지판도 있다.
여기서 우측으로 2분 진행하면 1080봉에 이르게 되고,당분간은 굴곡없는 편안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간간히 안부에서 맞이하는 골바람이 너무 시원하다.
아까 웅석봉을 오를때와는 비교도 안 될만큼 편안한 길이다.
따라서 일행도 전혀 처지지 않고 신나게 따라오고 있다.
그렇게 13분 진행하면 시야가 확 트이는 1020봉, 여기서 산길은 약간 급경사의 내리막으로 변한다.
그런 내리막길을 약 20분 남짓 진행했을까?
내리마을의 지곡사방면 하산길이 있는 왕재에 이르게 된다.

11시 58분, 왕재(925m)삼거리.
예전 웅석봉 산행시 우측의 지곡사 방면에서 올라왔던곳으로,
전에는 없던 "웅석봉2.0km/ 밤머리재3.3km/ 선녀탕2.0km"의 이정표가 있다.
밤머리재쯤에서 식사를 가질 생각이었으나 벌써 배가 출출해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가기로 한다.
약 30여분의 식사시간,
이제 배를 잔뜩 채웠으니 또 몇시간쯤은 신나게 달리겠지?

12시 32분, 왕재를 뒤로한다.
894봉까지의 오름길, 그러나 거리가 짧기에 10분만에 오른다.
이후로는 큰 오름길은 좌측 사면으로 통해서 오르므로 쉽게 진행할 수가 있다.
기분같아선 밤버리재까지 한번에 주파할 듯 하지만 30분 남짓 진행,
왕재-밤머리재 사이의 끝봉에 해당하는 856봉 직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날씨가 워낙 덥다는 핑계 때문이리라!
10분 휴식후 다시 10분 진행을 하면 헬기장을 이룬 856봉이다.
주능선 외에 북쪽으로 우둑 솟은 왕산(923)과 필봉산(848)이 건너다 보이기도 한다.
다시 6분 진행하면 "웅석봉 4.3km/밤머리재 1km"란 이정표가 나타난다.
여기서 주능선길은 좌측으로 꺾여 급한 내리막길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통나무계단을 만들어 놓아 스텝을 맞출수가 없으므로...
내리막길인데도 진행이 대단히 불편한 곳이다.
그런 길을 20분 내려서면 비로서 포장도로가 지나가는 밤버리재이다.

13시 46분, 밤머리재.
이제껏 바람한점 없었던 바, 밤머리재에 이르니 골바람을 형성한 듯 시원한 바람이 마음에 든다.
금방 흘렸던 땀이 씻기는 기분이다.
밤머리재 이후는 휴식년제 구간에 해당되어 엄밀히 말하면 출입을 할 수 없는 지역이다.
"무단출입시 100만원 이하의 벌금" 경고판이 마음에 걸린다.
그러나 어차피 가야 할 길이 아닌지...
6분 휴식후 표지기를 따라 다시 능선으로 붙는다.

13시 53분, 밤머리재 출발.
첫 봉우리가지는 고도차 300여m를 극복해야 하는 급경사 오름길이다.
웅석봉 이후 오늘 산행중 가장 고도차를 극복해야 하는 구간이 아닌지...
5분 오르면 헬기장 하나를 지나치게 되며, 여전히 가파른 오름길이 버티고 있어 기를 죽이고 있다.
그런 길을 30분 오른 후에야 비로서 헬기장을 형성한 첫 봉우리, 즉 880봉이다.
온 몸이 땀에 뒤범벅이 된 기분이다.
시야가 확 트이는 880봉이나 뙤약볕을 이루고 있어 조망도 귀챦고,
2분 정도 더 진행하여 그늘을 형성하고 있는 첫 안부에서 후미로 처진 일행을 기다린다.

14시 30분, 880봉 직후의 안부.
골바람이 불고 있어 그런데로 시원함을 느끼는 곳이다.
베낭을 베게삼아 잠시 누워 있자니 졸음이 스르르 밀려오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깜박 잠이들고 만다.
그렇게 20여분 단잠에 빠졌을까? 그제서야 후미로 처진 일행이 땀에 비범벅인 상태로 나타난다.
산행경험이 별로 없는 일행, 그 오름길에서 무척 혼이 난 모양이다.
일행이 땀을 식힐때까지 간단히 간식을 먹으며 잠시 더 휴식을 취한다.

15시 02분, 다시 베낭을 메고 출발을 서두른다.
이후로 당분간은 큰 고도차가 없기에 진행이 수월한 편이다.
약 40분 남짓 진행하면 지막리 절골-홍계리 상촌 사이안부, 880봉에서 동왕등재간 고도가 가장 낮은 지점이다.
식수도 거의 바닥이 나 이곳쯤에서 식수를 확보하겠다는 생각도 해 보지만,
양쪽 계곡쪽 모두 거리가 너무 먼 느낌이다.
남은 식수 아껴 먹자는 말을 하며 10여분 휴식 후 그대로 출발한다.

15시 53분, 안부를 뒤로 하면 다시 오름길이다.
동왕등재까지의 고도차는 약 200여 미터, 그래도 아가 밤머래재에서 오를 때 보다는 수월한 편이라고 하겠다.
약 30분 진행하니 좌측으로 이제껏 진행한 웅석봉이 한눈에 보이는 바위지대도 지나친다.
웅석봉이 제법 까마득하게 보이고 있다.
그 바위지대에서 3분 정도 더 진행하면 드디어 동왕등재(935.8m).
삼각점은 없고 부서진 삼감점 자리만 남아있다.
동왕등재 역시 뙤약볕을 이루고 있어 휴식이 마땅치 않다.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급경사 내리막을 6분 정도 진행한 후 대하는 첫 안부에 자리를 잡고,
다시 일행을 기다려 본다.

16시 34분, 동왕등재 직후 안부.
7~8분 기다리니 역시 오름길은 못 따라 오겠다는 말과 함께 후미가 나타난다.
어쟀든 그렇게 해서 안부에서도 16분 지체,
16시 50분 안부를 뒤로 하면 다시 굴곡없는 능선길이 이어진다.
이런류의 길에서는 일행도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미 8시간 이상의 산행이기에 그리 빠른 발걸음은 아니다.
그렇게 30여분 진행하면 뚜렷한 안부 4거리, 즉 우측은 지막리 절골로 내려서는 길이고,
좌측은 유평리 밤밭골로 향하는 길이다.

17시 22분, 절골-밤밭골 안부.
다시 오름길을 극복하려면 뭔가 요기를 해야겠다고..
간단히 간식을 먹으며 10분간 휴식을 취한다.
17시 32분 출발, 산죽이 무성한 급경사 오름길을 오른다.
그렇게 15분 오르면 시야가 확 트이는 봉, 가야할 서왕등재, 외고개, 새재가 시원하게 펼쳐지니
잠시 않아서 그 위치들을 가늠하여 보기도 한다.
오늘 목적지로 정한 새재, 아직도 두어시간은 더 걸어야 할 듯한 거리이다.
여기서도 15분 휴식, 이처럼 오늘 산행은 의외의 휴식이 많은 것 같다.

18시 02분, 전망봉을 출발한다.
아직도 서왕등재까지는 짧은 오르막을 형성하며 그만그만하게 솟은 몇개의 봉우리들이 기다리고 있다.
약 20분 진행하면 안부를 대하는데 좌측으로 뚜렷한 내리막길이 하나 나타난다.
지도를 보니 외곡마을 아래로 하산하는 길인 듯...
그곳에서 서왕등재 직전의 봉까지는 다시 20분 남짓 소요된다.
울창한 수림을 형성한, 등고선상 약 1050고지쯤 되어 보이는 곳이다.
여기서 등로는 좌측으로 꺾이고 8분 내려서니 왕등재 습지를 대하게 된다.
비로서 서왕등재인 것이다.

18시 48분, 서왕등재 습지 도착.
길이 200m, 폭80m 쯤으로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왕등재 습지는
대암산 용늪과 함께 우리나라 대표적인 습지라 할 수 있다.
희귀고산식물 보호지역임을 알리는 안내문과 함께 휴식년제를 실시중이라는 안내간판이 서있다.
아울러 산길을 잇는 나무다리가 아늑한 느낌을 준다.
다리 아래로 습지물이 졸졸 흐르고 있어 식수도 떨어진터라
잘 걸러서 한모금 떠서 마셔 보지만 영 물맛이 아니다.
약 10분 휴식, 물을 구할 수 있을 듯한 새재까지 운행하기로 하고 왕등재를 출발한다.

18시 58분, 왕등재 출발.
잡목이 우거진 한 봉을 너머서서 외고개를 향한 내리막길로 변한다.
약 10분 남짓 진행했을까? 맞은편에서 산객 두사람이 올라온다.
오늘 처음으로 대하는 산객이다.
"수고하십니다! 어디서 출발하셨습니까?"
"덕두산 출발 4일째 태극종주 중입니다."
"그러면 혹시 부산산사람들 조은산님 일행 아니십니까?"
맞는단다. 부산산사람들 회원인 조은산님과 자연사랑님이란다.
그쪽 게시판을 통해 태극종주에 나선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만나니 너무나 반가운 만남이다.
이왕이면 이렇게 만났으니 왕등재에서 같이 하룻밤 보내자는 의견이시다.
식수문제때문에 외고개나 새재가 어떻냐고 하자 걱정을 말라고...
오늘저녁 태극종주 완주기념을 위해 우정대장님을 비롯, 산자님, 갈매기님등 세분이
식수를 비롯 먹을것 잔뜩 싸 들고 왕등재로 올라오기로 되어 있다고 한다.

19시 20분, 결국 왕등재로 되돌아 오게 된다.
조금 전에 지나친 아늑한 다리가 하룻밤의 비박장소가 되어 버린 것이다.
식사는 지원팀들이 올라오면 같이 하기로 하고..
참초가 있으나 갈증과 허기때문인지 전혀 내키지가 않은다.
그 와중에서도 조은산님 그냥 물을 묻히는 자체로도 더위를 잠시 잊을 수 있다며
습지물을 받아 샤워(?)까지 하신다.
어쨌든 지원팀이 올때까지 다리위에 침낭을 펴고 잠시 눈을 붙이기로 한다.
그렇게 해서 깜박 잠이 들고, 그리고 얼마쯤 지났을까? 아마도 22시 30분쯤 된 시간일 것이다.
저쪽에서 사람소리가 들린다.부산 산사람들 지원팀이 도착한 것이다.
우정님, 산자님, 갈매기님 세 분, 모두다 반가운 얼굴들이다.
비로서 물도 실컨 마시고, 삼겹도 잔득 먹고, 막초잔도 오가고...
특히 우정님의 특별요리라는 삼겹볶음밥까지 배를 채우니 이제야 살맛을 느낀다.
이런저런 산이야기가 오가는 동안 지리의 첫 밤은 더욱 깊어만 갔고, 이내 새벽 1시가 넘었다.
이제는 취침, 왕등재 다리에 7명이 누우니 빈공간이 거의 없었다.

<산행 둘째날>
원래는 늦어도 05시에는 출발할 계획이었는데 눈을 뜨니 05시이다.
짐을 대충 꾸리고 출발 준비. 그러나 부산팀들, 어차피 운행중 식사를 준비해야 하니,
이왕이면 아침식사도 같이하고 출발하자고 한다.
아침식사는 산자님과 갈매기님의 당번? 덕분에 김치+참치찌게로 아침식사를 해결하게 된다.

06시 20분, 아쉬운 이별.
또다른 산에서 만날것을 기약하고 먼저 출발을 하게 된다.
우정님이 비상으로 챙겨주신 두유 두개, 그리고 600리터짜리 얼음물, 너무나 고맙습니다.
잡목이 우거진 다음봉을 넘으려 하니 밤새 내린 이슬 때문에 자동적으로 세수를 하기도 한다.
외고개 내림길로 접어드니 어제보다도 한결 발걸음이 가볍다.
우연치 않게 좋은 산꾼들과 하룻밤을 보낸 탓도 있을 것이다.
약 20여분 내려서면 남쪽 외곡마을, 그리고 북쪽 오봉마을을 연결하는 외고개에 이르게 된다.

06시 43분, 외고개.
사람의 왕래가 뜸함인지 잡풀이 무성하게 자라나 있다.
잠시 휴식을 하며 주위 산세를 가늠하고는 잡목으로 뒤덮인 오름길을 접한다.
잡목숲을 헤치며 진행하니 이슬때문에 금방 바짓가랑이가 다 젖어 버리기도 한다.
그렇게10분 오르면 890.8봉, 여기서부터 잡목능선이 끝나고 걷기 좋은 내리막으로 변한다.
그리고 20분 남짓 진행하면 파란 초원을 형성한 새재에 이르게 된다.

07시 16분, 새재.
원래 이곳에서 1박이 계획되었던 곳이다.
좌측 새재마을, 우측 오봉마을 하산길이 있는 새재,
그러나 이곳에서도 식수를 구하려면 한참을 내려서야 할 듯 싶었다.
식수를 구하려 내려섰다가는 저 아래 빨간 지붕 건물이 내려다보이는 새재마을까지 이를 수도...
아직은 쑥밭재 정도까지 진행할 비상식수가 있으므로 약 7~8분 휴식 후,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07시 24분, 새재 출발.
다시 급경사 오름길을 극복하여야 한다.
그러나 급경사 길이 그리 먼 거리는 아니기에 그리큰 부담은 없다.
약 12분 오르니 우측으로 주위조망을 할 수 있는 한 바위를 대한다.
조망이 좋다는 핑계로 다시 휴식, 오늘 산행도 어제처럼 휴식이 꽤 많을 것이라는 예감이다.
10분 휴식후, 남은 오름길을 5분정도 더 오르면 새재에서 올려다 보았던 봉, 오래된 헬기장이 있다.
여기서 좌측으로 능선이 하나 분기되는데 그쪽 길을 따르면 새재마을로 내려서게 된다.
주능선은 우측으로 꺾인 길, 이제 1280.4봉을 향한 오름길을 접하게 된다.

08시 02분, 1280.4봉 직전의 바위옆 지날때.
저멀리서 뒤를 따르던 후미의 일행 외침이 들려온다. 길을 놓친 모양이다.
같이 응답을 해 주지만 소리가 점점 멀어지기에 되돌아 내려섰더니 다시 가까운 곳에서 들린다.
오래된 헬기장이 있는 곳에서 무심코 새재마을 능선으로 접어들어 한참 내려서다가,
뭔가 이상하여 되돌아 오는 중이라고... 완전 방향감각이 혼동된다고 한다.
일행을 데리고 다시 1280.4봉 직전 바위옆으로 되돌아오니 그새 또 30분의 시간이 지나 버렸다.
그 바위위에 올라 잠시 휴식을 취하며 잘못 들어선 능선을 설명해 준다.

08시 37분, 그 바위를 출발.
그곳에서 5분 정도만 오름길을 극복하면 1280.4봉이 되고, 잠시 편안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1280.4봉 삼각점을 못찾아 정확한 지점을 판단하기는 힘들다.)
그러다가 바위지대도 휘돌게 되고, 15분 더 진행하면 잛은 로프가 매달려 있는 곳도 지나치게 된다.
그 로프를 잡고 오르면 비로서 1323봉, 새봉이라고도 한다.

09시 02분, 1323봉(새봉).
산청군 삼장면,금서면, 함양군 마천면의 경계지점으로서,
넓직한 바위지대에서 천왕봉 방면의 조망이 좋은 곳이다.
그러나 오늘은 천왕봉에 가스가 꽉 차 있어 중봉-써리봉 능선만 희미하게 들어온다.
새봉을 지나면 능선분기점, 직진 방향의 능선은 오봉방면으로 뻗은 지능선이고,
주능길은 좌측으로 확 꺾여 쑥밭재를 향하게 된다.산죽으로 뒤덮인 내리막길이다.
약 10분 내려서니 갈림길. 대구산사람들 표지기가 좌측으로 매달려 있다.
그곳에서 3분 더 내려서면 안부, 그러니까 지형도상 쑥밭재가 되는 지점이다.
그러나 양쪽모두 뚜렷한 산길은 없다.
산길은 다시 오름길, 바위지대가 가로막고 있고 로프도 매달려 있다.
그곳에서 5분여 진행하면 능선좌측으로 독바위가 자리잡고 있다.

09시 27분, 독바위.
주능선에서 약 10여미터 이탈하여 로프를 잡고 오르면 독바위에 오를 수 있는데,
이제까지 가장 이상적인 조망이 되는 곳이다.
역시 가스 때문에 천왕봉은 안 보이지만 써래봉능선이나 하봉-두류봉능선이
너무나 멋지게 조망된다. 날씨가 쾌청하다면 더욱 장관을 이루리라!
약 20분 멋진 조망과 함께 요기도 하고...
독바위를 뒤로 하면 아직 개일듯 말듯 쾌청하지 않는 날씨가 못내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09시 47분, 독바위를 뒤로 한다.
이제 1/50,000지형도의 "산청"편이 끝나고, "운봉"편에 해당되는 길을 걷는 셈.
뒤돌아본 독바위의 모습도 너무나 잘 생겼다.
다시 13분 진행하면 우측의 어름골 갈림길이있는 삼거리, 대개 이곳을 쑥밭재로 지칭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8분 진행하면 이번에는 좌측 조개골 방면으로 갈림길이 하나 나 있다.
그곳을 지나자 다시 서서히 오르막으로 이어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약 12분 진행하면 다시 좌측 조개골 방면의 뚜렷한 길이 갈라지는 3거리,
이곳은 동부능선 종주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지점이 되기도 한다.
즉 식수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확보할 수 있는 지점이 되기 때문이다.

10시 22분, 샘터삼거리.
좌측의 뚜렷한 길을 따라 불과 1분만 내려서면 수량이 어느정도 풍부한 계곡을 대하게 된다.
모처럼 만난 물줄기, 식수도 다시 채우고 세수까지 하니 모처럼 사람이 된 기분?
아직 허기를 느끼지는 않으나 라면도 끓여먹고 가기로 한다.
딴은 동부능선 종주시 성심원을 아침일찍 출발하여 부지런히 운행한다면 이곳까지 충분하다는 생각,
따라서 이곳을 1박의 장소로 택한다면 물걱정 안 하고 더없이 편안한 밤을 보낼듯 하다.
어쨌든 라면도 끓이고, 참초까지 간단히 한잔 비우니 무려 1시간 20분 가까운 시간이 지나갔다.
11시 40분, 이제는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한다.
따라서 두류봉 능선길까지의 긴 오름길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12시 17분, 두류봉능선과 만나는 국골안부사거리.
"국골 4시간/ 새재 4시간" 이란 푯말과 함께 역시 자연휴식년제임을 알리는 경고판이 있는데,
이제부터는 몇번 접해본 길이라 매우 낯익은 길이다.
여기서 직진방향은 국골방향, 우측 능선길은 두류봉능선길과 허공다리골로 빠지는 길,
하봉-중봉을 거쳐 천왕봉에 이르는 주능길은 좌측길이다.

12시 35분, 국골안부를 뒤로 한다.
여기서 약 15분 남짓 진행하면 초암릉이 내려다 보이는 봉을 지나게 되고,
하봉도 이제는 지척임을 느낀다. 여기서도 조망이 좋다는 핑계를 대며 8분간 휴식.
여기부터 하봉진행을 할 때는 좌측으로 갈라지는 길을 버리고,
곧장 능선으로만 이어진 길을 따라야 한다.
조망이 너무나 좋은 하봉을 우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약 15분 조금 더 진행하면 오래된 묘 1기가 나타나는데 이곳에서 우측으로 진행,
7~8분 더 진행하면 초암릉의 꼭데기 부분이 되는 하봉이다.

13시 15분, 하봉.
초암릉을 위시로 좌우의 칠선계곡, 국골이 너무나 좋은 조망을 전해주고 있다.
진정한 자연? 그야말로 인위적인 것은 하나도 없는 고요함과 정적,
그 자체가 바로 자연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촛대봉이 오늘다라 더욱 멋지게 보여 금방이라도 초암릉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10여분 하봉에 머무른 뒤 밧줄이 매달려 있는 바위지대를 내려서면
우측으로 초암릉의 들머리가 나타난다.
여기서도 좌측으로 갈라지는 우회길을 버리고 그대로 직진 방향의 길을 택한다.
그러면 10분 후 하봉보다 약간 높은 그다음 봉우리를 올라서게 되는데,
이곳도 조망은 좋치만 하봉보다는 좀 못하다.
그 봉우리에서 20분 지나면 하봉헬기장에 이르게 된다.

13시 56분, 하봉헬기장.
"치밭목 1.5km/ 천왕봉 1.7km"의 이정표가 있는데 좌측길은 조개골 상부를 가로질러
치밭목산장으로 향하는 길이다.
예전 지리종주시 써레봉능선길보다 한적하여 자주 이용했던 길,
그러나 지금은 휴식년제로 묵인 탓인지 산길이 한층더 희미해진 상태였다.
하봉헬기장을 뒤로하면 중봉 오름길은 능선 좌측 사면을 따르도록 되어 있다.
그 길을 따라 20여분 진행하면 휴식년제 경고판과 함께 가이드로프를 넘게 된다.
비로서 휴식년제구간을 벗어나는 중봉에 이르게 된 것이다.

14시 28분, 중봉.
이제 사람사는 동네에 온 기분이다.
부산팀 이외에 처음으로 산객들을 대하기 때문이다.
휴식년제 구간인 탓도 있지만 휴식년제 지정 전에도 인파가 거의 없는 길이 바로 동부능선길이다.
대간종주팀이나 아니면 태극종주팀만의 발길만이 남아 있는 곳,
그런 곳을 굳이 휴식년제를 지정하여 산꾼들에게 죄의식을 갖고 진행하게 만들어야 하는지?
어쨌든 천왕봉을 눈앞에 두니 이제 긴 종주길이 마무리되는 기분이다.
10여분 휴식, 남은 인절미 두어개씩 먹음으로서 남은 천왕봉 오름길의 힘을 비축한다.

15시 08분, 천왕봉이다.
중봉을 뒤로 하고 7분 내려서면 마야계곡갈림안부가 되고,
다시 20분 남짓 오르면 비로서 동부능선의 종점이 되는 천왕봉이다.
날씨가 좋다면 이제까지 진행한 길을 주욱 내려다보는 것,
꽤나 장쾌하련만..가스때문에 조망은 영 틀렸다.
지리가 두번째라는 일행, 특히 아쉬운 눈치이다.
그냥 정상석 배경으로 기념촬영 한 카트 하고 15시 16분 천왕봉을 뒤로 한다.

15시 56분, 장터목.
천왕봉에서 장터목 사이의 길, 너무나 잘 다듬어 놓아 예전같은 기분이 들지 않는다.
40분만에 내려선 장터목 또한 그저 시장터일 뿐이다.
월드컵 축구 영향때문에 비록 오늘인파는 붐비지 않지만 왠만한 주말이면 수많은 인파로 몸살을 앓는다.
계획은 장터목에서 한신계곡으로 빠지는 호젓한 산길을 염두해 두었으나 이곳 역시 자연휴식년제이다.
보는 사람 이목도 있고 해서 그 코스는 포기,
그저 옛 지리의 그리움을 느끼며 그냥 하동바위코스로 내려서기로 한다.
그렇게 해서 16시 05분, 장터목을 출발한다.

18시 40분, 드디어 백무동이다.
너무도 잘 다듬어진 길, 특히 소지봉 전후의 통나무계단길이나 참샘으로 내려서는 돌계단길,
그 이후 하동바위를 지나 백무동에 이르때까지 돌로 단장된 길,
약 2시간 30분의 하산길은 지루함 그 자체라는 표현이다.
누구든 발바닥에 열불이 날 것이다. 일행은 아예 질려 버렸다고...
어쨌든 매점에서 캔맥주 하나씩 마시니 비로서 살맛을 느낀다.
긴 산행에 익숙치 않은 일행에게 정말 고생했다는 말을 하며 1박2일의 능선종주산행을 마무리한다.

[E N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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