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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오지산행
산줄기산행[ⅰ]/낙남정맥

[낙남정맥 10구간]길마재-고운동재-묵계치-외삼신봉-삼신봉-영신봉

by 높은산 2005. 11. 9.
[낙남정맥 10구간]
길마재-790.4-902.1-고운동재-묵계치-외삼신봉(1288.4)-삼신봉(1284)-영신봉(1651.9)-거림

[도상거리] 정맥 18.0km +하산 6.0km = 24.0km

[지 도] 1/50,000 곤양, 하동, 운봉

[산행일자] 2005년 7월 3일 일요일

[날 씨] 흐리고 비, 가스가 잔뜩 끼어 조망불가

[산행코스]
길마재(06:08)-급오름길끝(06:29)-주산분기점(06:36~47)-(좌)-790.4봉/삼각점(07:00)-798봉(07:24)
-875봉(07:53)-봉(08:00)-902.1봉(08:23)-(좌)-고운동재(08:42~09:00)-갈림길(09:27)-(좌)
-묵계치(09:45~55)-봉(10:25)-바위오름로프(11:25)-외삼신봉(11:28~55)-청학동3거리(12:10~12:36)
-삼신봉(12:49)-세석6.7km이정표(13:12)-5.5km이정표(13:40)-단천골방향갈림길(13:50)
-한벗샘3거리(13:56)-단천지능갈림길(14:00)-헬기장(14:06)-비박굴/세석3.3km(14:35~45)
-석문(15:04)-대성동갈림(15:21)-음양수(15:48)-영신봉(16:30~48)-세석(16:58~17:16)
-거림3거리(17:26)-세석교(17:46)-북해도교(18:16)-천팔교(18:23)-거림매표소(19:16)-거림(19:22)

[산행시간]
13시간 14분(휴식 및 식사:2시간 18분, 실 산행시간:10시간 56분 )

[참여인원] 9인(먼산, 청산, 날뫼골물소리, 금수강산, 서바위, 캐이, 이사벨라, 곰발톱, 높은산)

[교 통] 15인승 승합차

<갈 때>
상동(01:00)-동군포(01:30~02:05)-망향휴게소(02:45~50)-판암(03:25)-산청휴게소(04:40~45)
-단성IC-옥종경유-길마재(05:30)

<올 때>
거림(20:20)-시천경유-단성IC-판암(22:10)-천안3거리휴게소(22:50~55)-동군포(23:40~45)
-상동(24:20)

[산 행 기]
낙남정맥 열 번째 발걸음, 비로서 마지막 지리산 구간이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장마철을 맞이하여 일부지방에서는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등 연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 혹시나 했는데 일요일 역시 비소식이다.
지난 주 한남금북 졸업에 이어 또다시 빗속에서 졸업을 해야 할 것 같다.
다음으로 연기를 한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폭우예보는 아닌 것 같으니 그대로 진행을 하기로 한다.
다만 하산을 비경지대 한 곳 잡아 이벤트 산행으로 마무리하겠다는 생각은 접어야 할 듯...
그저 가장 빠른 거림골 코스로 하산해야 할 것이다.

(산죽숲)

02시 05분, 동군포 출발.
다행히 출발 전날 장마가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어 잔뜩 흐린 하루였지만 비는 거의 안 내리고
또한 남부지방에 내려졌던 호우주의보도 모두 해제된 상태... 출발할 때도 비가 오지 않는다.
물론 내일 다시 장마가 활성화되어 전국적으로 비 온다는 예보이지만 남부지방에 있던 장마전선이
내일은 중부지방으로 이동하여 강수확율이 중부지방은 100%인데 반해 남부지방은 80%라 하니
하루종일 비를 맞지는 않을 듯...
운 좋으면 운해속에 들어난 멋진 지리산 풍경도 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일말의 기대감도 가져 보면서 동군포를 출발한다.

04시 40분, 산청 휴게소.
이번 구간에도 백산님이 부상회복이 안 되었다며 참여가 어렵다는 연락인 반면 특별히 곰발톱님이
휴가까지 내어 참여를 하니 9명의 인원이다.
판암IC에서 곰발톱님을 태울 때까지도 내리지 않던 비가 잠결에 비몽사몽이지만 육십령을 넘을
즈음부터 다시 세차게 쏟아지는 것 같다.
그러나 산청 휴게소에 잠깐 쉼을 할 때는 비가 그친 상태에서 시계마저 제법 괜챦아 이정도의 날씨
가 유지된다면 하는 희망을 가져 본다.

05시 30분, 길마재.
단성IC를 빠져나간 뒤 옥종 경유 비로서 길마재에 도착한다. 동군포에서 3시간 30분이 채 안 걸린
듯 싶다. 다행히 그곳도 잔뜩 흐린 상태이지만 아직 비는 내리지 않고 있다
애초 고운동재를 지나서나 아침식사를 할 생각이었지만 비 안오는 틈을 타 바로 식사를 한 뒤 출발
하기로 한다. 언제 비가 다시 쏟아질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차량통행이 거의 없는 1차선의 시멘트 포장도로, 특히 이른 새벽에 차 지나갈 확률이 아예 없는
도로이기에 도로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으니 서바위님이 직접 재배했다는 상추쌈을 한 보따리 펼쳐
놓으신다.

(길마재)

06시 08분, 길마재 출발 산행시작.
비는 오지 않지만 비옷으로 갈아 입는 등 중무장을 단단히 해 둔다. 잔뜩 물기를 머금고 있는
산죽지대를 한동안 헤쳐야 하는 구간이기에 비가 안 온다고 해도 비 맞는 산행이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급한 오름길로 들어섬으로써 비로서 산행 시작이다.
이제는 이미 주사위가 던져진 것, 비가 오던 안 오던 운명으로 받아 들이겠다고 편안하게 마음을
먹어 본다.
물론 날이 걷힌다면 아주 행운이겠지만... 설령 비가와도 이따금씩 시야만 트인다면 그리 아쉬움은
없을 것이다.

(산행시작)

06시 36분, 주산분기점.
처음부터 급한 오르막길, 비옷까지 걸쳐 입은 상태라 벌써부터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해서 차라리
비옷을 벗고 진행하는 것이 나을 듯...
여벌옷이 충분하니 그대로 적시기로 하고 비옷을 벗어 베낭으로 집어 넣는다.
20여분 오르니 비로서 급오름이 끝나고 잠시 완만한 오름길이 이어진다. 산죽이 대단한 구간이라
하지만 아직은 산죽이 없다.
이어 7분 완만한 오름길을 극복하면 비로서 주산(831.3) 갈림길이다. 우측 주산쪽으로도 표지기와
함께 뚜렷한 산길이 형성되어 있다.

07시 00분, 790.4봉.
잠깐 볼일을 본 뒤 좌측으로 방향을 바꾸면 계속해서 편안한 산길로 이어진다. 날씨도 걷힐 듯
가스속을 헤집고 우측으로 구곡산 줄기가 시야에 들어오니 한결 마음이 느긋하다. 조금만 더 걷힌
다면 천왕봉도 보일 것 같은 기분...
13분 후 삼각점이 있는 790.4봉에 도착한다. 시야가 좀 더 트여 아직 가야할 삼신봉은 가스에 가린
채 안 보이지만 고운동재까지 이어진 봉우리들은 모두 그 모습을 들어내 놓고 있다.

(구곡산)

(천왕봉쪽 조망)

(790.4봉)

(가야할 능선)

07시 24분, 798봉.
그러나 그것이 오늘 마지막으로 본 조망들이 될 줄이야...
790.4봉을 뒤로 하니 기어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처음에는 내리다가 말 비라고 생각이
되었으나 점점 빗줄기가 거세게 쏟아진다.
더구나 이제껏 안 나타났던 산죽군락도 비로서 시작되고 있다. 완전 키를 덮는 산죽들... 각오는
했지만 막상 빗속에 헤치려 하니 여간 당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잠깐사이에 온몸이 젖어 버리고 이내 신발도 개구리 울음소리를 내고 있다.
바로 앞 암봉은 우측 사면으로 우회 시종 산죽길을 20여분 헤치니 798봉이다.
어쨌거나 고운동재까지 절반은 온 듯...

(790.4봉 직후 암봉/우측 사면으로 길이 나 있음)

(산죽숲의 시작)

07시 53분, 875봉.
다시 산죽숲을 헤친다. 만일 산길이 없다면 옴짝달싹 못하게 산죽에 갇히고 말 지형, 고개를 푹
숙이고 낮은 자세로 움직이니 그만큼 진행도 한결 더딘 느낌이다. 그나마 산죽에 완전 지칠 지경이
되면 간간히 산죽이 끊어진다는 것이 위안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30분 남짓 그러한 산죽을 헤쳤을까? 한 봉우리에 오르니 아마도 875봉쯤 되는 모양이다.

(잠시 호젓한 산죽이 이어짐)

(산죽)

08시 23분, 902.1봉.
산죽이 잠시 소강상태를 이루다가 발목정도까지만 차는 산죽지대가 얼마간 이어지니 그렇게 지겹던
산죽이 갑자기 운치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이런류의 산죽길이라면 얼마든지 걸을 수 있을텐데...
그러나 902.1봉 오름길어 시작되면서 다시 키를 덮는 산죽지대이다.
오름길 직전 우회길인 듯 좌측사면으로도 길이 보이지만 표지기들이 모두 오름길쪽으로만 매달려
있다.
30분 후 고운동재 마지막 봉우리가 되는 902.1봉에 도착한다. 삼각점이 표기되어 있지만 빽빽한
산죽으로 뒤덮여 있어 찾을 방법이 없다.
능선이 분기되는 봉이기도 한데 여기서는 좌측이 마루금, 직진쪽으로도 산길이 뚜렷하므로 무심코
그곳으로 들어서지 않도록 주의할 일이다. 일부 일행이 그곳으로 들어섰다가 한바탕 산죽만 헤치고
되돌아 온다.

(대단한 산죽숲)

08시 42분, 고운동재.
이제 고운동재 내림길, 그러나 산죽이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듯 절정을 이루고 있다.
완전 키를 덮는 것은 물론 무슨 진지를 구축한 듯 빽빽하게 자리잡고 있어 주변이 어두침침하고...
좌우지간 대단한 산죽군락이다. 묵계치에서 외삼신봉 오름길도 대단한 산죽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곳도 이곳에 비교한다면 양반의 수준이라 해야 할 것이다.
20분 남짓 그러한 산죽과 한판 전쟁을 벌인 끝에 겨우 빠져 나오니 2차선 도로가 반긴다.
드디어 고운동재, 완전 다른 세상으로 나온 느낌이다. 거세게 쏟아지던 빗줄기도 잠시 멈춘 듯
하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
이곳부터 비로서 지리산국립공원이 시작되는데 반가움 대신 출입금지 푯말과 함께 팬스가 쳐 있는
가운데 출입만이 굳게 닫혀 있으니 웬지 아쉬움이 있다.
그나마 팬스 좌측으로 족적이 뚜렷한 가운데 올라설 수 있는 길이 있으니 다행이라 할까?
지나가는 차량이라도 만나면 시비거리가 생길 줄 모르므로 잠깐 숲으로 들어선 후 한 공터를
차지하고 다리쉼을 청한다. 18분 휴식.

(고운동재)

(고운동재의 팬스)

09시 45분, 묵계치.
다시 한번 산죽지대를 헤쳐야 하므로 푹 젖은 웃옷을 벋어 버린 뒤 대신 비옷만 입고 진행을 해
보기로... 그렇게 하니 그리 덥지도 않은 가운데 어느정도 보온까지 되니 한결 부드러운 기분이다.
처음부터 이리 했으면 덜 고생을 했으리라는 생각을 해 본다.
오름길은 잠시 산죽이 소강상태이지만 얼마쯤 진행을 하자 다시 산죽군락이 시작된다. 그래도
고운동재 내려설 때 보다는 훨씬 양호한 편, 헤칠만한 산죽이다.
27분 오르니 갈림길이 나타난다. 우측은 봉우리로 오르는 길, 좌측은 그냥 일직선 사면으로
진행하는 길이다. 표지기가 양쪽 다 없지만 좌측이 맞을 것이라는 느낌... 좌측으로 진행을 하니
잠시 후 표지기가 보여 안심을 한다. 딴은 주변이 온통 빽빽한 산죽지대를 이루고 있어 길을 잘 못
들으면 빠져나갈 틈이 없으므로 갈림길마다 유난히 신경을 써야 한다.
이후는 갈림길이 없고... 다시한번 산죽과 한바탕 씨름을 하고 나니 비로서 낯익은 공터가 나온다.
비로서 묵계치에 도착한 것, 생각보다는 비교적 빨리 도착한 느낌이다.
이곳부터는 작년 초에 한번 진행을 해 본 경험이 있기에 이제 낙남도 다 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제 영신봉까지는 그저 지난 추억을 확인만 하면 되는 셈, 이제는 비가 아무리 온다 해도 전혀
부담이 없다. 10분 휴식.

(묵계치)

10시 25분, 산죽지대 끝나는 봉.
다시 산죽숲을 헤친다. 급오름길을 이루는 가운데 이어지는 산죽길이라 더욱 힘이 들지만 그래도
그러한 상황를 알고진행을 하기에 부담은 덜 한 느낌이다. 그저 묵묵히 헤치면서 오른다.
그러는 가운데 비는 다시 쏟아지기 시작하고... 이러다가는 지리산 능선 한번도 못 보고 낙남이
끝날 것 같다.
30분 오르니 한 봉우리, 비로서 산죽이 다 끝난 듯 간간히 바위지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산길이
한결 부드러운 느낌이 든다.

11시 28분, 외삼신봉.
딴은 조망이 아주 좋은 곳인데 빗줄기만 쏟아지는 가운데 사방이 온통 허공만 이룰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너무나 아쉽고 답답하기만 하다. 딱 한번만이라도 시야가 트였으면 원이 없을 것
같지만 야속하게도 끝내 단 한번도 그런 기회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렇게 1시간 진행을 하니 로프가 매달려 있는 바위지대가 나온다. 외삼신봉에 다 왔다는 이야기
이다.
조심스럽게 바위를 올라서면 그 위가 바로 외삼신봉 정상이다. 지리산 주능선 전체를 조망을 할 수
있는 아주 멋진 곳인데 오늘은 그냥 정상석 하나만이 허공속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비가 멈추었다는 것이 다행, 잠시 다리쉼을 하면서 건배잔 한잔씩 돌려 본다.
모두 흠뻑 비맞은 상태이다 보니 얼린 맥주보다는 소주가 인기... 금방 백세주 한병, 소주 한병을
나누어 마시고 입맛을 다신다. 그러나 이제는 맥주밖에 남은 것이 없다. 27분 휴식.

(바위오름포프)

(외삼신봉 정상석)

(외삼신봉에서 본 지리주능/예전 사진)

12시 10분, 청학동 3거리.
15분 내려서면 청학동길과 만나는 삼거리이다. 이곳부터는 소위 비지정등산로도 벗어나는 셈이므로
더욱 부담은 없어진다. 세석까지 8km라는 이정표가 있다. 이제 3시간 정도면 걷는다면 비로서 낙남
의 종점인 영신봉에 이를 수 있으리라.
마침 작은 공터지만 바람을 피할 만한 장소이기에 삼신봉에 이르러 점심식사를 하겠다는 생각을
바꾸고 이곳에서 식사를 하기로 하고 자리를 잡는다.
딴은 이런 날씨속에서는 먹는 행위까지 아주 귀챦은 일이지만 그래도 가기 위해서는 먹어야 할
것이다. 그래도 물말아 먹으니 순식간에 도시락을 비울 수 있다. 식사시간 26분 소요.

(청학동3거리)

12시 49분, 삼신봉.
13분 후 도착한 삼신봉, 역시 허공속이다. 지리산 주능선 전체를 볼 수 있는 멋진 조망대이건만
오늘은 오로지 허공 뿐, 그저 상상속으로는 지리주능선을 음미해야 할 것이다.
가까이에 있는 정상석마저도 잘 안 보일 정도로 가스가 짙게 끼어 있는 가운데 다시 비바람이
날리기 시작한다. 쉼 없이 그냥 출발한다.

(삼신봉)

(삼신봉에서 본 지리주능/예전사진)

13시 56분, 한벗샘 3거리.
이후로는 시종 허공속을 걷는 기분이다. 단 한번이라도 조망이 트였으면 하는 기대는 끝내 이루어
지지 않은 채...
중간중간 이정표와 낯익은 지형지물만이 점점 영신봉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확인할 뿐이다.
23분 후 세석 6.7km이정표가 반긴다. 다시 18분 후 세석 5.5km 이정표이다. 이어 10분 진행을 하면
좌측으로 뚜렷한 갈림길 하나와 표지기가 매달려 있다.
아마도 단천골 중간쯤으로 내려서는 길일 듯...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 찾아 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곳에서 6분 더 진행하면 한벗샘 3거리이다. 세석 4.2km 이정표가 있다.

(허공속으로)

(윗 사진과 동일한 곳에서 보는 지리조망/예전사진)

(한벗샘 3거리)

14시 06분, 헬기장.
비는 다시 멈춘 기분이지만 여전히 가스가 끼어 있어 시계 제로 상태이다. 이제는 걷힐 때도
되었건만 어떻게 된 것이 점점 가스가 짙어가는 느낌이다. 기록을 남기려고 사진촬영을 시도해
보지만 주위가 어두워서 사진 촬영도 거의 안 된다.
4분 진행하니 능선분기점, 좌측 지능선으로도 희미한 길이 하나 보인다. 단천골 수곡골 사이능선
으로 이어지는 길... 이 또한 나중에 한번 찾아 볼 기회가 생길 것이다.
그곳을 지나 6분 진행하면 남부능선상 유일한 헬기장이다. 모처럼 사진 촬영도 한번 해 본다.

(헬기장)

14시 35분, 비박굴.
30분 남짓 진행을 하니 낯익은 비박굴이 나타나 잠시 쉼을 하기로 한다. 전에 식사를 했던 곳,
움푹 패인 바위로 몇명 정도 비를 피할 만한 장소이다. 세석 3.3km이정표가 쓰러져 있다.
얼린 맥주가 이제서야 녹아 한잔씩 나누어 마셔 본다. 10분 휴식.

(비박굴)

15시 04분, 석굴.
19분 후 석굴이다. 지나칠 때마다 제대로 사진한번 찍어 보려 했으나 항상 마음에 드는 촬영을
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가스가 잔뜩 낀 상태라 정상적인 촬영을 할 수 없다.
그냥 기록으로 남기고저 셔터를 눌러 본다.

(석굴)

15시 21분, 대성동갈림.
다시 17분 후 대성동 갈림길을 만난다. 세석 2.2km 이정표... 목표지점도 거의 다 온 기분이다.
등산로가 한결 넓어진 가운데 굴곡도 별로 없으므로 넉넉한 마음으로 걸을 수 있으리라.
그런데 이제까지 다른 산객 한 사람도 못 대한 것이 좀 이상하다. 삼신봉쪽이야 그렇다 치고
평소같으면 이곳 대성동갈림부터는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는데 인기척이 전혀 없다.
그러고 보니 다시 기상특보가 발령되어 입산통제조치라도 내려진 모양이다.

(대성동갈림)

15시 48분, 음양수.
일출봉능선에서 많이 본 일월비비추 군락이 이어진다. 아직 완전히 개화는 하지 않고 꽃몽우리만
이루고 있는 상태, 한번 촬영을 시도해 보지만 역시 날씨 때문에 영 신통치 않다.
음양수가 가까워지면서 비가 제법 왔는지 등산로를 따라 작은 개천이 흐르기도 한다.
27분 후 가스가 꽉 차 있는 음양수에 도착한다.
바로 앞 바위들마저 희미하게 보일 정도.. 또한 빗물에 섞인 샘이 작은 개천을 이루면서 철철
넘치고 있으니 오늘은 샘이 아니라 그저 빗물이다. 마시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일월비비추)

(음양수)

(음양수이정표)

16시 30분, 영신봉.
음양수 뒤로 좁은 산길 흔적을 쫓는다. 종종 산길이 갈리기도 하고 또는 끊어지기도 하지만 시종
북쪽으로 방향을 잡고 고도가 높은 곳을 택하면 이따금 낙남표지기들을 볼 수 있어 제대로 진행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날씨가 괜챦으면 꽤나 운치도 있고 멋진 조망도 음미할 수 있는 듯한 분위기이다. 그러나 오늘은
주변 시계가 불과 10여미터 밖에 되지 않는 짙은 가스 속... 미로여행을 하고 있는 착각에도
빠지곤 한다.
한바탕의 숲지대를 빠져 나오면 조망이 희미한 가운데 좌측으로 기암들이 전개되는데 그 중 사람
옆 얼굴과 비슷하게 생긴 바위가 눈길을 끈다.
약 40분 후 비로서 일반 등산로와 함께 영신봉 표지목이 반긴다.
계속해서 밧줄을 넘고 1~2분 더 오르면 드디어 영신봉 정상, 자욱이 덮인 가스속에 한 바위가
희미하게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비로서 도상거리 약 229km의 낙남정맥이 모두 끝난 것... 지나온 순간들이 하나 둘씩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생각보다 비교적 호젓하고 추억에 남을 듯한 정맥이었던 것 같다.
마지막 구간을 멋진 조망속에 진행했다면 더욱 좋았을텐데...
어쨌거나 남아있는 맥주를 한 모금씩 돌려 마심으로써 완주의 기쁨을 나누고 하산시간도 제법
소요될 듯 하니 서둘러 하산하기로 한다.

(영신봉 가는길)

(사람 옆얼굴닮은 바위)

(이런 기암도...)

(영신봉 표지목)

(영신봉)

(영신봉의 바위)

19시 22분, 거림.
날씨가 좋다면 촛대봉능선이라도 선택하여 대미를 장식한다고 했는데 아직도 시계가 불과 10여m
밖에 안 되는 날씨이니 결국은 하산이 가장 빠른 거림코스를 택해야 할 것이다.
오늘따라 거림길도 유난히 길고 지루하다. 온종일 우중 산행속에 젖은 신발로 이미 발이 퉁퉁 불은
상태였고, 그 상태에서 잘 다듬어진 돌계단길을 내려서려니 발바닥에서 열불이 난다.
1시간 후 북해도교에 이른다. 비가 많이 온 탓에 거림골 주계곡은 완전 폭포수를 뿜어 내고 있다.
이제사 반 거리를 내려선 듯 싶다.
다시 1시간 후 비로서 거림 매표소를 빠져 나와 솔바구 산장 앞을 지난다.
길상사 입구 도장골 또한 폭포수를 이룬 채 흐르고 있어 비가 꽤 많이 왔음을 실감할 수 있다.
6분 후 드디어 거림주차장이다.
한 식당을 차지하고는 다시한번 건배잔을 돌리면서 완주의 기쁨을 나누어 본다.
함께 하신 모든 분들 그동안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거림골)

(거림매표소)

(도장골을 건넘)

(도장골)

[E N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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