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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오지산행
일반산행/전라도

[무주 삼봉산]상오정-삼봉산-빼재-대봉-지봉

by 높은산 2005. 11. 1.

 

[무주 삼봉산]

상오정-큰골(쌍골)-삼봉산서북능-삼봉산(1254)-빼재-1039.3-갈미봉(1210.5)-대봉(1263) -지봉(1247.7)
-상오정



[도상거리] 약 17km

[위 치] 전북 무주군 무풍면, 설천면, 경남 거창군 고제면, 북상면

[지 도] 1/50,000 무풍

[산행일자] 2002년 11월 9일 토요일

[날 씨] 맑음, 쌀쌀한 날씨, 산에는 전날 눈이 온 듯...

[산행코스]

상오정/삼거리식당(08:45)-마을끝(08:57)-포장도로(08:59)-고냉지밭수레길초입(09:17~27)
-삼봉산 서북능(09:50)-절벽지대(10:35)-대간3거리(10:51~56)-1봉(11:05)-2봉(11:15)
-덕유삼봉산(11:30~50)-금봉암갈림(11:58)-억새안부(12:11)-빼재(13:08~34)-KTF무선기지탑(13:41)
-구조대번호07-01(13:52)-1봉(14:00)-1039.3봉/삼각점(14:11)-헬기장(14:25~30)-갈미봉(15:12~21)
-대봉(15:54~59)-(북능선)-헬기장봉(16:14)-지봉/삼각점(16:58~17:03)-(우측능선)-우측지능초입(17:47)
-묘1(18:02)-지계곡(18:15)-밭(18:38)-오정가든 뒷마당(18:43)-상오정/삼거리식당(18:45)



[산행시간]

10시간 00분(휴식 및 식사: 1시간 30분, 실 산행시간: 8시간 30분)



[참여인원] 1인.

[교 통] 승용차

<갈 때>
일신동(05:20)-(신갈안산-경부고속도로)-망향휴게소(06:22~57)-(대전통영고속도로)
-인삼랜드휴게소(07:52~57)-무주IC(08:13)-(치목재경유)-상오정(08:40)/자동차 운행거리 255.6km

<올 때>
상오정(19:00)-무주IC(19:29)-인삼랜드휴게소(19;44~20:08)-오산IC(21:45)-일신동(22:52)
/총 자동차 운행거리 514.4km



[산 행 기]
대간을 하다보면 대간에서 갈라져 나간 지능선 중에 꼭 한번 주파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시리 강한
인상을 남기는 곳이 종종 있다.
이번에는 그런 부류의 코스 한 곳을 잡아 기획을 해 본다.
덕유삼봉산-빼재-갈미봉-대봉까지의 대간구간중 덕유삼봉산에서 거칠봉(1176.7)으로 향하는 서북능선,
대봉에서 지봉(일명 투구봉 1247.7)로 향하는 북능선이 그것이다.
두 능선 사이의 상오정이란 마을을 깃점으로 하면 두 능선과 함께 덕유삼봉산에서 대봉까지의 대간구간을
포함하는 원점회귀산행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바퀴 빙 도는 산행이다.
단지 삼봉산에서 거칠봉쪽 능선인 서북능선은 일부만을 포함하는 것이 아쉽지만 나중에 그 서북능선
주파만으로도 또 하나의 긴 코스가 되므로 그것은 향후로 기회를 미루기로 한다.
아무튼 상오정-큰골(쌍골)-삼봉산서북능-삼봉산(1254)-빼재-갈미봉(1210.5)-대봉(1263)-지봉(1247.7)
-상오정 이렇게 코스를 잡고 지도의 거리를 재어보니 도상거리가 약 17km나 나온다.
하루산행으로 제법 빡빡한 거리이다.


(지봉에서 본 덕유산)


(삼봉산능선에서 본 덕유산)

05시 20분, 집 출발.
늦어도 04시 30분 이전에는 출발을 하려 했는데 이것저것 뒤척이다 보니 05시 20분이 되서야 시동을 건다.
누구와의 약속이 없이 그냥 혼자 움직이는 산행인 탓도 있다 하겠다.
1시간 후 망향휴게소에 도착했을 땐 갑자기 졸음기가 밀려와 30분 가까이 눈을 붙이기도 한다.
대전 통영 고속도로 무주 IC를 빠져 나와 안성 방향으로 차를 몰면 얼마 후 좌측으로 덕유산 무주구천동
이정표가 있다.
치목재터널, 구천동 터널을 넘어서서 무주리조트 입구와 구천동 초입을 지나면 빼재를 경유하여 거창으로
넘어가는 도로로 접어 든다.
잠시 후 좌측으로 덕유산 자연휴양림 입구푯말이 보이고, 여기서 한 굽이만 더 달리면 비로서 산행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삼거리 상오정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08시 40분)
빼재를 향하는 저 위 "토비스 콘드" 가 보이는데, 그 직전의 마을이다.
도로 옆 "삼거리식당" 이라는 상호의 앞마당 모퉁이에 차를 주차시켜 놓는다.


(심설의 능선)

08시 45분, 상오정 출발.
날씨는 구름 한점 없는 파란 하늘인데 몹시 차다.
간밤에 이곳에는 눈까지 내린 듯 앞산도 하얗고, 뒷산도 하얗다.
파일을 껴 입은 다음 오버트로우즈를 입는다. 두툼한 장갑도 끼니 그런데로 중무장이다.
계곡을 끼고 동쪽으로 난 마을길로 접어 듦으로써 산행이 시작된다. 계곡의 수량이 제법 풍부하다.
1:50,000지형도에는 큰골이라고 표기되어 있으나 어느 지도에는 쌍골로도 표기되어 있다.
약 12분 진행하면 마지막 농가를 지나고, 이제 마을을 벗어난 수레길을 따른다.
그 수레길, 아마도 덕유삼봉산의 서북능선의 남쪽사면에 펼쳐진 고랭지 채소단지까지 이어지리라.


(상오정 출발)

08시 59분, 포장도로.
그러나 불과 2분 후 수레길이 끝나고, 우측에서 올라온 2차선 포장도로를 만나게 된다.
지도상에도 표기되어 있지 않은, 전혀 생각 못한 도로이다.
이 도로는 수레길 대신 계곡 좌측사면을 따라 목표로 한 능선으로 올라서고 있다.
아마도 서북능선을 넘고, 덕지리로 넘어가는 도로인 모양이다.
그러나 오늘은 눈이 쌓여 있기 때문인지 그저 혼자만이 발자국을 남기는 것이 전부이고,
지나가는 차량은 한 대도 없다. 아니 딱 한 대 지나간 차량의 흔적만 있다.
어쨌든 도로를 따라 올라서니 한결 진행하기가 쉽다.
출발시만 해도 서북능선에 이르기까지 어느 정도 잡목을 헤친다는 각오도 있었는데 이 도로 때문에
딴은 거저 올라가는 기분이 든다.


(포장도로)

09시 17분, 고냉지밭 수레길 초입.
그렇게 20분 남짓 도로를 따르니 우측으로 고냉지밭으로 들어서는 수레길이 나타난다.
저기 서북능선 사면에 목표로 한 고냉지밭이 넓게 조성된 것이 올려다 보이고 있다.
포장도로는 고냉지밭이 있는 그 곳(지형도상 큰골로 표기되어 있는 곳)으로 연결되지 않고,
1000.6봉 서측의 고개방향으로 넘는 모양이다.
이곳에서는 포장도로를 버리고 우측의 수레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출발시만 해도 너무 쌀쌀하던 날씨, 그러나 어느 정도 움직였더니 오히려 덥다고 느낄 지경이다.
10분 휴식 후 파일은 벗어서 베낭에 넣고, 오바트로우즈만 입은 채 수레길로 접어 든다.


(고냉지밭 뒤로 삼봉산으로 가는 능선이)


(고냉지밭에서 본 지봉)

09시 50분, 삼봉산 서북능선.
수레길은 계곡 쪽으로 약간 내려섰다가 다시 한 사면으로 올라선다.
그렇게 7~8분여 후 첫 고냉지밭을 따라 오른다.
그곳을 지나치면 역시 숲 사면으로 좁은 수레길이 형성되어 있다. 채소를 실어 날라야 할 듯 한데,
겨우 경운기 지나갈 정도의 수레길이다.
잠시 후 사면을 지나면 다시 넓은 고냉지밭이 펼쳐진다.
민가가 기거하고 있는 듯 커다란 콘테이너 박스도 하나 있다.
그 고냉지밭 중앙으로 형성된 수레길을 따라 우측으로 횡단을 하면 저 아래로 또다른 민가 1채가 보인다.
고냉지밭은 그 민가 뒤에 있는 산록까지 펼쳐지고, 수레길은 그 민가 쪽으로 향한다.
이쯤에서 수레길을 버리고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고랭지밭을 통과하면 비로서 삼봉산 서북능선에 이르게
된다. 즉, 1000.6봉 동쪽 안부 지점이다.
능선에 이르면 무엇보다도 길 상태가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뚜렷한 산길이 능선을 따라 나 있어 다행이다.


(능선에서 내려다본 고냉지밭)

10시 51분, 대간3거리.
능선에는 종종 능선 바람의 영향으로 종아리가지 빠지는 곳도 있지만 대체로 발목 반 정도의 적설 상태,
걷는데는 큰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의 신설이 쌓여 있다.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하얀 눈 위에 혼자서 발자국을 찍는 기분, 좀 야릇하다.
이따금씩의 오름길이 좀 미끄럽다. 이 때는 나뭇가지를 잡고 버티면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노력한다.
한 굽이, 두 굽이, 여전히 뚜렷한 산길에 발자국을 찍으니 전혀 지루함도 없는 듯 하다.
약 45분 후, 절벽지대를 형성한 곳을 오른다. 잡고 오를 나뭇가지가 그만그만한 위치에 잇는데도
가느다란 줄까지 매달려 있어 별로 힘들지 않게 오른다.
그곳을 오르니 지나온 능선이 모두 시원하게 내려다 보여 얼른 카메라를 꺼내 한 카트 찍는다.
고랭지밭 뒤로 멀리 거칠봉까지 이어진 장쾌한 능선, 언젠가는 저 끝까지 주파할 때가 있겠지?
이곳부터 좌측 대덕산-삼도봉도 시종 그 전모를 다 드러내고, 가야할 삼봉산도 아주 가까워짐을
느끼게 된다.
그런 식으로 15분 더 진행하면 비로서 대간 3거리, 좌측 소사고개로 내려서는 초입에는 대간 표지기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고도가 꽤 놓아졌음을 알리듯 상고대까지 만발하니 그 분위기가 아주 절정이다.
5분간만 휴식, 더 쉬려 해도 추워서 못 쉬겠다.


(바위지대)


(대간삼거리에 도착)


(상고대)

11시 05분, 1봉.
대간길은 또다른 정겨움이 있다. 아직까지는 지나간 사람이 없는 듯, 눈 위의 발자국하나 없다.
대간 3거리를 뒤로 하면 바위길이 종종 이어진다. 좌측으로는 대개 수직절벽을 하고 잇는 지형이기에
능선마루에 서면 특히 조망이 좋다.
9분 후 1봉에 올라선다. 사방으로 시야가 모두 트이는 암봉이다.
따라서 북쪽 대덕산-삼도봉 조망이 좋고, 앞으로 가야할 남서쪽 대봉-지봉능선 조망도 너무나 좋다.
그 뒤에 육중하게 펼쳐 있는 덕유산은 장쾌함의 극치이다.
동쪽 수도-양각-보해-금귀산 능선이나 그 뒤의 가야-의상봉 능선은 좀 멀리 떨어진 탓인지
오히려 평화롭게 보인다.
7분 후, 고인돌 모양의 자연석굴 지대도 지나친다. 그 직 후의 또다른 암봉, 2봉이다.
언듯 보기에는 능선상 제일 높아 보이는데 삼봉산 정상 표지석이 있는 봉우리는 이곳보다 좀 낮게 보이면서
저만치 떨어져 솟아있는 봉우리이다.


(
뒤돌아본 능선)


(바위지대)


(대덕산 조망)

11시 30분, 삼봉산.
2봉을 지나면 바위지대도 소강상태에 이르고, 편안한 길을 따라 약 15분 정도 진행하면 비로서 삼봉산이다.
돌무더기 위에 "德裕三峰山-1254m"라는 정상석과 삼각점이 있고,
한켠에는 누군가 "진달래"라는 싯귀를 적어놓은 조그마한 판넬도 있다.
산정에서의 조망, 아까 1봉이나 2봉에서의 조망과 진배가 없다.
대신 바람이 덜 불어 좀 따뜻한 느낌, 과일을 먹으면서 몇 군데 통화를 하다 보니 20분의 시간이 지나간다.
의외로 휴대폰이 잘 터지는 지역이다.


(삼봉산 가는 길)


(첩첩산중)


(삼봉산 정상)


(정상에 있는 진달래시 푯말)


(대덕산 조망)

11시 50분, 삼봉산 출발.
삼봉산을 뒤로 하면 부드러운 산길이 시작된다. 대신 적설량이 좀 많은 편이라 신발 속으로 눈이 들어가지
않도록 신경을 쓰며 진행한다.
스패츠를 준비했어야 하는데...딴은 집에서 출발시만 해도 이정도의 눈이라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않았다.
8분 진행하면 금봉암 갈림길, 좌측 바위능선을 따르면 용굴샘 경유 금봉암으로 내려선다.
아주 옛날 처음 삼봉산을 찾을 때 저 코스로 올라왔었지?
다시 6분 내려서면 또하나의 금봉암 하산길이 있는 안부에 이르고, 7분 더 진행하면 억새안부이다.
억새안부로 내려서는 도중 오늘 산행중 유일한 산객 한 팀을 만나기도 한다.
10명 전후의 인원으로 덕분에 이제부터는 러셀을 안 해도 된다는 잇점이 있다 하겠다.


(금봉암 능선)

12시 11분, 억새안부.
넓직한 억새군락을 형성하고 있어 아까와는 달리 아주 부드럽고 운치있는 분위기이다.
딴은 두세주 전 정도에만 왔어도 억새가 한창 만발했을텐데...
지금은 억새는 다 지고, 더더구나 눈까지 쌓여 있으니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는 바이다.
억새안부를 지나면 낮으막한 봉우리를 하나 올라서고 능선은 좌측으로 휘어 돌면서 내려선다.
시종 부드러운 길, 특히나 아까 마주친 산객들이 눈을 다져놓은 상태라 이제는 막 뛰어 내려도 될 지경이다.
약 25여분 후, 남쪽 1032.7 봉쪽 능선분기되는 봉우리를 대하게 되고, 여기서는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진행한다.
다시 15분 후 마지막 봉을 넘는다. 이곳이 수정봉인가?
아무튼 이제는 빼재가 지척이다.
10여분 후, 빼재로 내려서게 되는데 직진을 하면 절개지를 만나 내려설 수 없고,
여기서는 표지기를 따라 좌측 급경사길로 내려선다.


(억새안부)


(억새안부에서의 조망)

13시 08분, 빼재.
무주-거창을 넘는 2차선 포장도로로 신풍령 또는 수령이라고도 한다.
좌측 휴게소 및 주유소가 있고, 고갯마루에는 수령이라 색진 비석과 조망을 할 수 있느 정자도 마련되어
있다.
십여년전 도로공사를 하고 있을 때 한쪽 모퉁이를 차지하고 야영을 했던 기억, 이제는 그저 추억일 뿐이다.
정자에서는 바람이 너무 차가워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남쪽 돌계단을 차지하고 식사를 한다.
약 25분간의 식사시간을 마치고, 13시 34분 출발을 한다.

14시 11분, 1039.3봉/삼각점.
빼재를 뒤로 하면 절개지 좌측의 이동통신용 도로를 약간 따르다가 우측의 주능으로 올라붙게 된다.
6분 후 다시 주능을 접한다. KTF 무선기지탑이 세워져 있다.
그 기지탑을 뒤로하면서 본격적인 대간길이 또 시작되는데 빼재까지 이어지던 발자국도 이제는 없다.
아마 삼봉산을 내려설 때 만난 팀, 빼재를 출발한 모양이다.
어쨌든 하얀 눈 위에 다시 새로운 발자국을 내야 하는 행위, 기분이야 짜릿하지만 아무래도 진행이
불편하다.
가파른 오름길이 시작된다.
때때로 발목을 덮는 눈때문에 가급적 눈이 덜 쌓인 곳을 찾아 진행하려 하니 시간이 제법 많이 소요된다.
10여분 후 "덕유07-01" 이라는 첫 구조번호 표시목이 나타난다.
다시 8분 더 오르면 급한 오르막이 어느 정도 끝나는 첫 봉우리에 도착하게 되고,
그곳에서 11분 더 진행하면 삼각점이 있는 1039.3봉이다.
구조번호 "덕유07-02" 표시목과 함께 "신풍령 1.0km/횡경재3거리 6.8km, 송계3거리 11.0km"라는 첫
이정표도 있다.

15시 12분, 갈미봉.
1039.3봉을 지나면 한 굽이 내려섰다가 오름짓을 해야 한다. 14분 후 안부를 지난 직후의 지점, 헬기장과
함께 구조번호 "덕유07-03" 표지목이 나타난다.
이제 갈미봉 오름길, 생각같아선 금방 오를 듯 하지만 눈때문에 생각처럼 만만치가 않다.
17분 후 "덕유07-04" 표지목을 대하고, 갈미봉은 그곳에서도 25분정도 오름짓을 한 후에야 비로서 맞이할
수 있다.
남쪽 호음산(929.8)방향의 능선이 갈라지는 곳을 약간 지난 곳, 작은 정상표지석이 반긴다.
"신풍령 2.6km/횡경재3거리 5.28km, 송계3거리 8.4km" 라는 이정표도 있다.
전에는 이곳을 대봉이라고 한 것 같은데....
약간 더 진행하여 바위를 이룬 조망대에 이르면 이제 가야 할 대봉(지봉 갈림봉)이 한칸 건너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이다.
아무튼 9분 휴식 후 갈미봉을 출발한다.


(갈미봉)


(대봉 조망)

15시 54분, 대봉.
갈미봉을 지나자 눈이 더욱 많이 쌓여 있다.
아직 신발 안으로 눈이 들어온 상태는 아니지만 발목까지 빠지는 곳이 많으니 조금씩 신발 안으로 들어
오기도 한다.
아예 양말을 젖혀서 신발을 감싸니 그래도 조금 덜 한 것 같다.
그런 식의 행위를 하며 진행하려니 금방일 듯한 대봉까지도 제법 시간이 소요된다. 구조번호 "덕유07-06"
과 "덕유07-07"을 지나 대봉은 약 30분이 조금 더 걸려 도착하게 된다.
아무튼 15시 쯤이면 도착하리라 했던 대봉, 그보다 거의 한시간 가까이 더 소요된 것은 그만큼 눈과 씨름
을 해야 한 시간이 많았던 것이다.
대봉은 억새와 싸리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사방으로 시야가 확 트여 너무나 장쾌한 조망을 할 수가 있다.
덕유산으로 이어지는 대간길은 하나의 커다란 지붕인 듯 하고, 이제까지 진행한 길도 이제는 꽤 먼
거리에 있다.
북쪽으로 가야할 지봉(투구봉)도 빨리 오라 손짓하는 듯, 유유하게 솟아 있다.
5분여 휴식 후 15시 59분, 이제 대간 길을 버리고 북쪽의 지봉능선으로 발길을 돌린다.


(대봉)


(대봉에서 본 덕유산)


(지봉족 조망)

16시 58분, 지봉(투구봉).
지봉능선길은 초행길이다. 우선은 길 상태가 궁금했는데 어느 정도 뚜렷한 족적이 이어지고 있어 안심이다.
그리고 적설상태도 능선 마루금에는 바람이 눈을 모아 놓아 대단하지만 좌측의 서쪽사면으로 약간 비켜
진행하니 큰 어려움 없이 이어나갈 수 있다.
특히 대봉부터 지봉까지 고도차가 1200m대를 그대로 유지하기에 더욱 수월한 진행이 되는 듯 싶다.
이따금 오래된 표지기 하나도 길을 안내한다.
15분 후 헬기장을 이룬 봉우리를 대하고, 다시 20분 남짓 더 진행하면 좌측으로 희미한 길이 갈라지는
능선 갈림봉도 대한다.
무조건 직진이다.
다시 20여분 후 빽빽한 싸리숲을 헤치면서 마지막 봉을 오르니 비로서 삼각점이 있는 지봉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덕유의 모습, 너무나 웅장하고 좋다. 특히 일몰이 가까운 시간, 석양빛이 덕유를 감싸고
있으니 더욱 운치를 느끼기도 한다.


(지봉 가는 길)


(지봉에서 본 덕유산)


(구천동 방향의 능선)

17시 47분, 지능선 초입.
지봉에서는 능선이 두 곳으로 크게 갈린다.
좌측은 구천동 초입으로 갈라지는 능선이고, 우측은 상오정 방향으로 갈리는 능선이다.
그런데 이제까지의 족적과 오래된 표지기는 가야 할 우측능선이 아닌 좌측 능선으로 향하고 있다.
따라서 빽빽한 싸리숲을 헤집고 우측능선으로 길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한바탕의 싸리숲과 씨름하고 나니 능선을 따라 희미한 족적이 이어지고 있어 다행이다.
또한 이제까지 못 보던 부산 M산악회 표지기도 일정거리로 붙여 있으니 비로서 안심을 한다.
한동안 급경사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적설상태도 여전히 발목을 잠기는 상태이고, 또 우측으로 지능선들이 자주 나타나니 매우 신경을
쓰면서 진행해야 한다.
그런 상태의 능선은 약 20여분 이어지다가 비로서 완만해지니 한숨을 돌릴만 하다.
어쨌든 저기 상오정 마을 불빛이 보이므로 그곳을 목표로 진행하면 되리라.
다시 20분 정도 완만한 능선을 따르면 능선이 좌측 방향으로 급히 떨어지는 곳을 대하게 된다.
여기서 주능을 버리고 우측 지능선쪽을 택해야 상오정으로 바로 떨어질 수 있다. 사면 형태를 헤치면서
2~3분여 내려서면 지능선 형태를 유지하며 또다시 희미한 족적이 그 지능선을 따른다.
한동안 안 보이던 M산악회 표지기도 하나 있으니 그들도 아마 상오정으로 하산했으리라.


(지봉을 뒤로 하고)


(잡목 덮인 능선)

18시 15분, 작은 지계곡.
지능선 희미한 족적을 접하고 10분 남짓 진행하니 의외의 묘도 하나 나타나니 이제부터는 길이
뚜렷하다는 기대를 해 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 이 후 희미한 족적마저도 사라져 버리고, 능선형태도 불분명하다.
이미 날이 랜턴을 켜야 할 만큼 어두워진 상태, 딴은 그렇기에 길을 놓쳐버린 지도 모르겠다.
그저 급경사 사면뿐이다.
헤드랜턴을 차고 그 불빛에 의지하며 그냥 적당히 길을 만들어 사면을 내려서니 한 지류인 듯,
물이 약간씩 흐르고 있는 곳을 대하게 된다.
묘를 지난지 약 13분 지난 시간, 어쨌든 이제부터는 그대로 이 지류를 따라 내려서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

18시 45분, 상오정 마을.
계류를 따라 내려서니 길이 있는 듯도 하고, 없는 듯도 하고...그냥 편하게 진행할 곳을 선택하고 내려선다.
그래도 아마 오래된 길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길일 것이라고 판단한 곳을 따르면 어느정도 잡목의 저항을 피하지만 그곳을 놓치면 잡목 속에
한바탕 갇혔다가 빠져 나와야 한다.
그런 길 형태는 주로 계곡 좌측으로 형성되어 있는데 내려설 수록 길의 윤곽은 뚜렷해지니 다행이다.
그렇게 20여분 내려섰을까? 마을 불빛이 이제는 아주 가깝게 보이니 거의 다 하산한 기분이다.
그러나 끝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잠시라도 길 형태를 놓치면 또 한번 강한 잡목에 시달릴 수 있는
지형이기 때문이다.
5분여 후 좌측 밭뚝으로 올라선다.
여기서도 희미한 족적을 눈여기며 밭을 빠져 나오면 오정가든이라는 상호의 뒷마당으로 내려서게 된다.
오정가든에서 다리를 건너면 아침 차를 주차해 놓은 삼거리 식당, 이로써 산행을 시작한지 꼭 열시간
만에 정확한 지점으로 원점회귀를 한 것이다.

19시 00분, 상오정 출발.
이미 캄캄한 밤, 와중에도 불빛을 밝히려는 초생달이 유난히 눈길을 끈다.
아니 그 사이 총총거리는 별들도 이렇게 산골마을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들일 것이다.
그저 아늑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약간 축축한 신발, 가랑이부분 눈에 얼어붙은 바지를 갈아 입으니
더욱 편안한 마음이다.
오랜 기억으로 남을 듯한 괜챦은 산행이라는 평을 하며 비로서 자동차 시동을 걸고, 헤트라이트를 비춘다.

[E N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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